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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기자의 증시읽기] '외곽때리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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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기자의 증시읽기] '외곽때리기' 투자

입력
1999.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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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정치권에서는 「외곽을 때린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 여권의 정치학자가 지금은 대통령이 된 야당정치인의 정치행태를 폄하해 사용한 말이었다. 불순한 배경탓에 어감이 별로 좋진 않지만 「외곽 때리기」는 증시에서 유용한 투자전술이 된다. 최근 코스닥시장을 보자.지난달 30일 이후 21일까지 코스닥 지수는 연 16일 상승을 이어가며 78.02포인트에서 117.12포인트로 폭등했다. 여기에는 SBS주식공모라는 특별한 요인이 작용했다. 코스닥 신규등록 주식의 공모에서는 청약일현재 코스닥 주식을 10주 이상 보유한 사람에게 (최고1,000주까지)보유주식 가격의 10배한도에서 1순위 청약자격을 주고 있다.

SBS주식의 공모가는 1만9,000원이므로 최대 청약가능금액은 1,900만원(1만9,000원 1,000주)이 되고 이를 모두 청약하기 위해서는 190만원어치의 코스닥주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1순위에 배정되는 물량은 공모주의 절반인 265만주. 경쟁률이 증권사 예상대로 50대1정도가 된다면 청약자는 13만2,500명(265만주 1,000주 50)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190만원어치씩 코스닥주식을 샀다면 약 2,500억원이 된다. 하루 거래량이 100억원선에 불과하던 코스닥에 이만한 돈뭉치가 쏟아졌으니 주가가 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이같은 흐름을 예측, 경쟁이 심한 SBS주식청약 대신 처음부터 코스닥의 인기종목을 집중 공략해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코스닥은 거래가 활발한 종목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청약일이 다가오면서 주가상승효과가 뚜렷이 나타났다.

청약자격만 얻으면 코스닥주식을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늘 것을 감안, 자격 부여일인 21일 이전에 주식을 팔아치웠음은 물론이다. 코스닥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의무구입제도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지만 제도가 존재하는 한 SBS의 사례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코스닥뿐만이 아니다. 거래소시장에서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종목을 잡지 못했다면 「외곽주식」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전북·광주은행 등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계획을 밝히자 다른 지방은행까지 뒤쫓아 상승한 것이나, 삼성화재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최대주주인 신세계의 주식도 같이 뛴 사실 등도 외곽때리기식 접근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김준형기자

navi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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