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잔치」는 끝났다. 일본청소년대표팀이 검은대륙 나이지리아에서 연일 승전보를 띄울때 국내축구계는 「청소년축구는 기량보다 분위기가 좌우한다」며 애써 폄하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성공이 「과감한 투자와 체계적인 유소년축구 육성」의 산물이라는데는 이구동성이었다.특히 일본매스컴은 22일 결승에 진출했을때도 「신화」라는 말을 결코 쓰지 않았다. 한국이 「신화」라고 떠드는 83년 멕시코대회 4위의 성적을 훌쩍 뛰어넘었는데도 말이다.
당연한지도 모른다. 한국이 97년 브라질에 3-10으로 대패하며 예선 탈락할때일본은 95,97년 대회에서 연속 8강에 진출, 이미 4강이상의 성적을 예고했다. 어쩌면 「타도, 한국」은 이제 옛말이 됐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성공을 보면서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괄목상대한 일본축구의 시작은 다름아닌 한국의 멕시코 「4강 신화」였다.
한국의 쾌거에 자극받은 일본은 축구에 대한 투자를 서둘렀고 16년뒤 결국 한국이 땅을 치도록 만들었다. 16년동안 한국은 「대표팀 성적」만 믿고 안주한 꼴이 됐다.
이제 한국축구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일본의 성공은 운이 아니라 준비와 노력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적어도 주니어축구에서는 완패를 시인하자.
아직도 대표팀이 붙으면 「우리가 이긴다」며 「대표팀 지상주의」에 연연하고 있을수는 없다. 어쩌면 한일축구를 지배하는 양국간의 특수관계가 한국축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4강 신화 재현」 운운하며 과거에만 집착하지 말고 발상을 전환, 세계를 보자.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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