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시된 제40회 사법시험 1차 문제에서 여섯개 이상의 답이 두개이거나 오답이 정답으로 잘못 출제 또는 채점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시 1차 시험문제수는 모두 240문제로 이러한 지적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떨어져야 할 사람이 붙고 합격해야 할 응시자가 불합격된 것이어서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서울고법 특별11부(재판장 최병학·崔秉鶴부장판사)는 23일 지난해 사시 1차에 불합격한 신이철(申梨澈·36) 오윤석(吳允錫·35)씨가 문제와 채점이 잘못됐다며 행정자치부를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받아들여 행자부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특히 판결문에서 1심에서 인정했던 헌법 22번 문제와 형법 2번 문제에 대해 답이 두개임을 확인한 뒤 『민법 17번 문제도 정답이 두개이고 형법 33번 문제는 아예 오답을 정답 처리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행자부는 이미 형사정책과 노동법 한 문제씩에 정답이 두 개임을 인정한 터여서 잘못 출제된 문제는 모두 여섯 개가 됐다. 또 이와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 응시생들이 있어 잘못 출제 또는 채점된 문제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해 사시 1차 시험의 출제위원들은 모두 대학교수나 법조계의 전문가로 출제와 채점에 잘못이 있을 수 없다』며 상고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에따라 신씨등은 변호사도 없이 두 차례나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불합격처분이 지속돼 올해에도 2차 시험을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신씨는 이날 『변호사가 되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는데 행자부의 대응이 실망스럽다』고 말했으며 오씨는 『공정하고 올바르며 소신있는 판결을 하고 싶었는데 출발부터 삐걱거려 안타깝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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