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 사회에서 「아버지」는 권력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장남의 효심은 아버지의 재산과 권력의 승계자로 보이는 일종의 충성심이라고도 풀이한다. 결국 남자로 성장한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아버지를 극복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영화 「셀레브레이션」(원제 Celebration·감독 토머스 빈터베르크)은 가족의 폭로극이다. 덴마크의 여름, 교외 호텔에서 이곳의 주인인 헬게 클링겐펠트(헤닝 모리첸)의 6순 잔치가 열린다. 프랑스에서 주방장으로 활동중인 장남 크리스찬(울리히 톰슨), 방랑벽이 있는 둘째아들 미켈(토마스 보 라센), 자유주의자 딸 헬렌(파프리카 스틴).
손님들이 모인 가운데 만찬장에서 듣기에도 민망한 사건이 까발려진다. 장남인 크리스찬은 아버지 생일 축사 대신 아버지가 어떻게 어린 시절에 자신을 성폭행했는지 밝힌다.
당황한 어머니는 크리스찬을 정신병자로 몰지만 아들은 두달 전 죽은 쌍동이 누이 린다 역시 아버지에게 당한 성폭행의 휴유증으로 자살했다고 폭로해 버리고 만다.
영화의 매력은 특히 이런 종류의 영화가 갖는 「갈등_화해」의 구도가 없다는 점. 전날 밤 아들에게 폭행당한 아버지는 아침식사 자리에 나와 사과를 하고 자리를 피해 달라는 아들의 말을 듣고 식당을 떠난다.
아침 식탁 상석의 주인공인 가장을 식탁에서 몰아냄으로써 이 영화는 섣부른 화해와 용서를 용납하지 않았다. 부유한 백인 부르주아 가정의 추악한 면모는 다양한 함의를 갖고 있다.
홀로코스트와 파시즘, 나치즘의 역사가 바로 백인중심의 유럽역사였음을 영화는 입증한다. 초대받지 않은 유일한 이방인인 헬렌의 흑인 애인을 내세워 그들 「백인의 역사」를 목도하게 하는 것도 절묘한 방식이다.
또 쌍동이 여동생을 동생 이상으로 사랑했던 상처받은 영혼의 소유자 크리스찬이 동생의 죽음을 극복하고 하녀 피아와 사랑에 빠진 설정은 부르주아 계급의 붕괴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이런 함의를 제외하더라도 숨은 죄악의 단죄를 보는 일은 무거운 쾌감을 안겨주는 일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 김경욱(영화평론가): 흔들리는 카메라와 부유하는 이미지가 부딪치는 그 찰나의 순간에 드러나는 진실은 현기증 난다.(★★★★☆)
- 김시무(영화평론가): 타락한 부권에 도전한다는 내용을 통해 기존영화의 형식에 도전장을 던진다.(★★★★)
★5개 만점, ☆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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