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하고 시원하다. 싱어송 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인 임현정(25)은 나긋나긋한 가수가 아니다. 성격도 거침이 없고, 말하는 것도 시원하다. 그만큼이나 그녀의 노래는 쏙 들어온다. 요즘 같은 사운드 과잉시대에 엄청난 미덕중의 하나.『영화를 만들면 할리우드를 닮아있는 것처럼, 모던록은 브리티쉬 록 사운드를 많이 닮게 마련이지요. 누구 누구 같은 사운드, 곡을 만드는 사람도 스스로 그런 생각을 많이 하니까요. 이제 그런 강박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아요』 독창적이고 시원하다.
스카풍의 경쾌한 리듬, 껌을 씹는 듯한 재미있는 보컬로 허영 덩어리 세상을 조롱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예요」, 젊은 날의 초상을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노래한 「5월의 꿈」, 복고풍의 룸바 리듬에 여성적 체취를 더해 독특하게 부른 「첫사랑」 등 음반의 색깔은 자유롭다.
여태까지 28곡을 만들어 이중 8곡을 다른 가수에게 주고 나머지는 모두 자기 음반에 실었다. 곡을 많이 만들지 않는 그녀가 선택한 2집 타이틀은 「가위손」. 팀 버튼의 영화 제목이다.
「나도 너처럼 사랑하고 싶어 나도 너처럼 사랑할 수 있어…」로 「가위손」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었던 가위손 에드워드를 노래했다. 역시 성장을 거부한 소년을 노래한 1집 「양철북」의 정서와 같은 맥락이다.
강렬한 기타 사운드, 거친 듯 감미로운 임현정의 보컬, 단순하지 않아도 귀에 쉽게 달라붙는 멜로디 등 노래는 갖추어야 할 미덕을 제대로 갖추었다. 신윤철 방준석(이상 기타) 김민기(드럼) 민재현(베이스) 등 그의 소중한 음악친구가 만든 사운드는 믿을만하다.
『목소리가 미들 하이톤이죠. 좀 건조해서 질려 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힘있다는 사람도 있죠』 무대에선 당찬 그녀지만 이번 음반에서는 성량 조절에 능숙한 기교를 보였다. 서울예전 실용음악과 출신에 늦은 데뷔.
그렇지만 밴드 출신은 아니다. 그녀는 자꾸 간소화하는 클럽 음악이 싫다. 이펙터도 써서 화려하게 만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다음 번에는 아날로그, 디지털 방식으로 녹음해 두 방식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음반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사운드에 더 몰입하고 싶다는 얘기.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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