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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경영진교체] '오너 퇴진' 3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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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경영진교체] '오너 퇴진' 3일 드라마

입력
1999.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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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전문경영인이 나서서 인명을 중시하는 경영체제로 바꿔야한다』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밝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이같은 발언내용은 대한항공으로서는 「정상 운항」을 힘들게 할만큼 충격적이었다. 경영권을 내놓으라는 최고통치권자의 강력한 메시지였기 때문이다.통제불능의 비상상황이었다. 중국 상하이(上海) 화물기 사고현장에 나가있던 조양호사장에게 급전이 날아갔고 조사장은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중국 동방항공편으로 급히 귀국한 조사장은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로 직행, 조중훈한진그룹회장과 독대했다. 이날 조사장을 수행한 한 임원은 조사장이 큰 충격을 받은듯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청와대나 건설교통부 등을 통해 김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정보채널을 동원하는데 주력했던 대한항공은 김대통령의 발언이 결코 엄포가 아니라는 사실을 서서히 감지하게 되면서 극도의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삼삼오오 모여 회사가 어디로 가게 될지 의견을 나누는 직원들 표정은 착잡했다. 대통령발언의 전말을 묻는 해외근무 직원들의 국제전화도 빗발쳤다.

상황은 다음날인 21일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조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소공동 해운센터에 조사장 등 4형제를 비롯해 김성배(金成培)한진관광부회장 황창학(黃昌學)한진부회장등 창업원로들이 모두 모여 하루종일 마라톤회의를 했다. 정부와 청와대와의 의견조율을 위해서 여러차례 접촉도 시도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경영진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해답은 어차피 「외길」이었다. 김대통령의 주문대로 오너경영진의 퇴임외에는 어떤 대안도 있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조회장 스스로 물러날 뜻을 밝히면서 조사장의 거취와 신임사장 선정문제 등 다른 사안은 신속하게 결정됐다.

22일 아침 8시40분 조사장은 이정무(李廷武)건설교통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이어 청와대에도 같은 보고가 올라갔고 긍정적인 대답을 얻었다. 2시간여가 지난 11시 해운센터에서는 긴급이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사장이 그룹회장으로, 심이택(沈利澤)부사장이 대한항공 사장으로 선출, 새로운 경영진이 구성되면서 오너경영진 교체 발언으로 불거진 파문은 3일만에 일단 수습국면으로 들어섰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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