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씨름] '주' 밑빠진 씨름꾼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씨름] '주' 밑빠진 씨름꾼들

입력
1999.04.23 00:00
0 0

『이제 너와 다시 술을 마시면 성을 간다』.85년 먼동이 희미하게 밝아오던 봄날의 광주시내 한 술집. 김봉연(해태코치)은 밤을 지새우고도 멀뚱멀뚱하게 앉아있는 홍현욱(씨름연맹 경기위원장)에게 징그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를 던지고는 잽싸게 술집을 나갔다.

당시 보해팀소속의 민속씨름 인기스타 홍현욱은 전날 초저녁 친한 친구인 프로야구 해태의 홈런왕 김봉연을 비롯, 다른 해태선수 6명과 함께 오랫만에 만나 회포도 풀겸 술집을 찾았다.

젊고 혈기넘치는 젊은이 8명이 모였으니 술자리가 길어진 것은 당연한 일. 더구나 김봉연은 프로야구계의 대표적인 주당. 쉽게들 취하지 않는 이 자리에는 폭탄주를 비롯한 온갖 형태의 주법이 난무했다.

결국 시간이 새벽을 향하자 「전사자」가 속출하기 시작했고 화장실 간다고 자리를 비운 사람들이 그 길로 차례차례 자취를 감추었다. 결국 홍현욱과 김봉연 두사람만 남았다.

김봉연이 프로야구의 「명예」를 걸고 버티다 이 한마디 말로 항복을 선언하고 떠난 것. 혼자 남은 홍현욱은 그 자리에서 해장술을 한잔 들이키고는 혼잣말로 내뱉으며 부시시 일어났다. 『그 정도 가지고 난리들이야』.

육척거구의 씨름인들은 과연 주량이 어느 정도일까. 그 누구도 주량을 선뜻 말하지 못한다. 『글쎄 밤새워 마셔도 끄떡없으니 주량을 댈수가 있어야지. 하여튼 밤새 술마시고 다음날 바로 경기에 나가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러나 어느 세계든 「핵심멤버」들은 있는 법. 술에 관한한 일가견들이 있는 씨름인들도 홍현욱을 비롯, 김성률(경남대교수) 박종배(충무고감독) 이봉걸 이승삼(경남대감독) 김칠규(현대코치) 차경만(LG코치)씨 등을 꼽는다.

김성률씨의 경우 「말술」이라는 말밖에는 다른 적당한 표현이 없다. 씨름인들조차도 먼저 취한 적을 본적이 없다며 혀를 내두른다. 한라장사출신인 박종배씨에 대한 증언은 그나마 피부에 가깝게 와닿는다. 혼자 소주 40병이상을 마시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이 그것이다.

그리고는 아침에 갈증이 난다고 냉면 그릇에 2홉들이 소주 두병을 부어 단숨에 꼴깍. 이봉걸씨는 소주잔을 길게 마시는 것이 아니고 한번에 탁 턴다. 나머지도 하룻밤 정도는 가볍게 지샌다.

그러나 프로가 되면서 이같은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몸관리는 돈과 직결되기때문이다. 현역 선수들중에는 이태현(현대) 박광덕(LG) 등이 주당으로 알려져있으나 이들 역시 정확한 주량은 나오지 않는다.

술자리 기회가 있을 때 양주 큰병 5병정도에서 자제하기 때문이다. 반면 217㎝ 158㎏의 「골리앗」 김영현(LG)이 술을 한방울도 못하는 것은 이색적이다.

/남재국기자 jknam@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