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그룹들의 금융분야 진출열기가 뜨겁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계열사 매각 등 대폭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도 정작 금융관련 계열사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5대 그룹은 지난해 12월7일 정부·재계 간담회에서 한결같이 핵심업종에 금융을 포함시켰다.최근에는 헐값에 나온 금융회사의 인수를 추진하거나 경쟁 그룹이 터를 닦은 시장에 새로 진출하려는 그룹들이 늘고 있다. 최근 재벌의 금융시장 영토전쟁은 90년대 초반 통신시장에서의 각축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양상이다.
21일 금융계 및 재계에 따르면 현대 대우 삼성 LG SK 등 5대 그룹의 금융·보험 계열사는 1일 현재 38개다. 진출분야도 소규모인 상호신용금고 파이낸스 캐피탈 등에서부터 거액을 주무르는 증권 보험 투신 등에 이르기까지 막힘이 없다. 특히 5대 그룹은 지분 4%이상을 취득할 수 없는 시중은행 역시 이에 근접한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재벌그룹이 소위 「돈장사」에 나서는 이유는 금융이 첨단업종으로 수익성이 있는데다 IMF를 계기로 현금유동성이 중시되면서 유사시 「비상금고」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재벌그룹의 금융자회사는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의 창구가 되거나 현대전자의 주가조작에 현대증권이 참여한 것에서 보듯 그룹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해 왔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계열사를 이용한 부당지원이나 그룹간 교차지원을 차단하기위해 계좌추적권을 확보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것이다.
그만큼 금융은 재벌로서는 버리기 힘든 분야. 재벌의 행보 역시 거침이 없다. LG와 삼성이 선점하고 있는 신용카드 시장에 현대 SK 롯데 등이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을 비롯, LG와 롯데는 대한생명 인수전에 본격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이미 진출한 분야의 확장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는 IMF 체제 와중에 국민투신과 한남투신을 인수한데 이어 현대증권의 펀드 「바이코리아」 세(勢) 불리기에 한창이다.
또한 조흥은행과 강원은행의 합병후 4%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기위해 정부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의 경우 삼성증권이 현대의 바이코리아에 맞서 수익증권의 수신고 경쟁에 본격 나섰고, 은행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시중은행의 지분도 상당히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대우 역시 조선부문을 매각하면서도 대우증권은 주력업종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금융기관이 재벌의 우산 밑으로 들어가고, 결과적으로 경제력 집중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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