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성당 표정 -직권면직 시한 마지막 날인 21일 서울지하철 노조원 1,200여명이 사흘째 농성중인 서울 명동성당 주변에는 하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노조원들은 오전부터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곳곳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향후조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1일 현재 명동성당에 마련된 농성 천막은 7개동. 대부분 노조원들은 사흘째 계속된 농성에 지쳐 천막에서 잠을 청했지만 일부 노조원들은 바둑이나 장기를 두거나 지하철파업 소식을 전한 신문을 읽으면서 향후 사태를 논의했다.
파업지도부는 이날 오전 전체 총회를 연데 이어 8개 승무지회별로 모임을 마련하고 『직권면직이라는 엄포와 언론의 비판적 보도 내용에 흔들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20일 오후 잠깐 집에 다녀왔다는 노조원 K(36)씨는 『회사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 가족들에게까지 회유와 엄포를 놓고 있어 괴롭다. 하지만 동료들을 뿌리치고 나혼자 복귀할 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곤혹스런 심정을 털어놓았다.
파업지도부는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동요하는 표정이 엿보이자 검은색 패딩조끼를 입은 선봉대를 농성장 주변에 배치, 외부인 접근을 철저하게 막고 각 지회별로 제기차기 대항전을 마련하는 등 농성장 통제에 애를 썼다.
한편 명동성당은 17일부터 한총련 소속 대학생 350여명까지 농성을 하면서 성당 수용 인원을 넘어서 때아닌 물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노조원 L(29)씨는 『아침에 화장실에 가려면 3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 하루빨리 문제가 풀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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