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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족벌경영에 직격탄] 만신창이 대한항공 수술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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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족벌경영에 직격탄] 만신창이 대한항공 수술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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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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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마침내 개혁의 수술대 위에 오르게 됐다. 툭하면 사고를 내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대한항공의 고질적인 병폐를 고치기 위해 외부로부터 「메스」가 가해지게 된 것이다. 대한항공 중국 상하이(上海)사고와 관련, 20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전문경영인이 나서 인명중시 경영체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은 대한항공의 파행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통치권자의 강력한 의지표현이다. 국가최고결정기관인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특정기업을 들어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요구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특히 이같은 발언은 『부실경영진은 퇴진하라』 『경영능력없는 재벌2세는 물러나야 한다』는 김대통령의 평소 재벌구조조정의지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대한항공이 그 첫번째 사례가 될수 있다는 점에서 2세 경영체제를 굳히고 있는 재계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97년 8월 괌추락사고 이후 1년6개월동안 대한항공이 낸 항공사고는 모두 10여건. 대한항공은 그때마다 날씨 아니면 활주로, 또 기체결함 탓으로 돌려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이번 상하이사고의 파장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외국 항공업계가 먼저 대한항공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사고직후인 지난 16일 대한항공과 좌석공유협정을 맺었던 미국 델타항공과 캐나다의 에어캐나다가 일방적으로 협정을 중단하겠다고 나섰다. 전세계 18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독일의 한 다국적기업도 「앞으로 2년동안 대한항공기를 타지 말라」는 공문을 내리는 유례를 찾기 힘든 비상조치를 내리기까지 했다.

문제는 대한항공만의 경제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대한항공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적 항공사다. 따라서 대한항공의 신뢰추락은 국가신인도와 직결돼 있다. 이번 대한항공 사고로 우리나라가 「항공후진국」 「안전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됐다. 김대통령이 대한항공의 경영체질개선을 직접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대한항공이 단순한 사기업 차원을 떠나 국민과 전세계인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고 대한항공의 잘못이 결국 정부와 국가의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현실인식을 깔고 있다.

해법은 결국 대한항공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상부 지시라면 「NO」라고 말할 수 없는 상명하복식의 조직문화, 책임회피에 급급한 보신주의, 이로 인한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상호불신이 대한항공을 속으로 병들게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신들조차 대한항공의 권위주의적인 오너경영풍토를 꼬집고 있다. 모든 일이 총수의 의사에 따라 처리되는 일방통행식 조직관행은 사고때마다 문제 해결보다는 문책을 두려워해 각 부서마다 서로 책임을 전가시키는 행태로 이어져 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대통령도 대한항공문제를 『오너경영의 잘못된 표본적인 케이스』라고 질책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주문을 내렸다. 권위와 수익만을 따지는 오너경영인보다 안전과 내실을 먼저 생각하는 전문경영인에게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신뢰도를 맡겨야 한다는 의지다.

비행기사고는 어느 나라에서건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85년 단일 항공기 사고로는 가장 많은 520명의 희생자를 낸 JAL의 보잉747기 추락사고때 JAL사장이 물러났고 지난해 타이완(臺灣) 교통장관도 두달사이 3건의 민항기 사고가 난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바 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불호령」으로 대한항공의 향후 항로에 일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조양호(趙亮鎬)사장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이는 대한항공을 주력기업으로 하는 한진그룹에도 적지않은 난기류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중훈(趙重勳)그룹회장의 장남인 조사장을 필두로 2세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그룹전체의 「시계」에도 먹구름이 몰려올 것으로 예측된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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