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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유'햄릿 1999'] 존재의 비극과 맞서는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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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유'햄릿 1999'] 존재의 비극과 맞서는 햄릿

입력
1999.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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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햄릿」은 성(城)이 아니라, 대도시 지하 창고에 유폐돼 있다. 미궁 같기도, 고문실 같기도 한 철(鐵)의 방에서 그는 자기 존재의 비극과 맞선다. 한결같이 군대 제복을 연상시키는 복장 차림의 등장 인물들은 탈출구 없는 세계에 갇힌 존재의 비극성을 극대화한다.현대적 공간의 폐소공포적 잔혹 취미마저 느껴지는 극단 유의 「햄릿 1999」가 20일 막을 올렸다. 유시어터의 탄생을 알리는 「햄릿」이고 단골 햄릿 유인촌의 마지막 햄릿이기도 한 「햄릿 1999」가 불러일으키는 화제가 뜨겁다. 「햄릿」 공연사에서 새 장(章)을 예고한다. 나약한 지식인상도 폐기된다.

연출가 김아라의 재해석 의욕이 빛나는 「햄릿」이기도 하다. 「욕망_비극의 원천」이라는 제목으로 일련의 그리스 비극 공연을 끝내고, 지난해 「리어왕」을 기점으로 시작한 셰익스피어 4대 비극 탐구다. 그로서는 「햄릿」의 첫 연출작. 별러오던 작품인만큼 연출가로서의 기대가 크다.

김씨는 『비극적 결함(tragic flaw)의 숙명이라는 기존 해석의 무게중심을 지식인이 스스로를 단죄하는 모습으로 옮겼다』고 말한다. 그는 셰익스피어 특유의 철학적 고뇌가 햄릿의 독백에 있다고 본다.

아버지가 죽자마자 어머니가 살인자와 재혼하는 것을 보고 뇌까리는 독백, 선친의 유령을 만나 자신의 우유부단함을 책망하는 독백, 저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 독백 등에는 햄릿의 명징한 의식이 그대로 반영돼 있어, 유인촌의 원숙한 연기와 더할나위 없는 조화를 이룬다는 연출의 변이다. 그는 『「햄릿 1999」는 장르 해체 이전의 제의(ritual)성에 초점을 두었다』며 『총 상연 시간 2시간 10분 중 암전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순수한 김아라의 햄릿」이라는 자부다.

타이틀 롤의 유인촌(49)씨는 『대극장 무대가 아니어서 햄릿의 내면을 천착하는 데는 훨씬 효과적』이라며 『내 생애의 마지막 햄릿인만큼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에겐 다섯번째 햄릿역. 이번 「햄릿」은 유씨를 비롯, 권성덕 정규수 최민식 이혜영 방은진 진희경 등 호화 배역으로 완성도에서 역대 최고의 「햄릿」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6월 20일까지(평일 오후 8시, 토 4시, 7시30분, 일 6시) 유시어터. (02)3444_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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