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로 27일째를 맞은 신유고연방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격이 나라 전체를 완전히 봉쇄하고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의도를 엿보이고 있다.나토군은 연일 군 차량, 전투기, 군 부대 등 군사력은 물론이고 정유소, 연료저장소 등 산업시설에 타격을 입혀 유고는 「석기시대」로 돌아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밀로셰비치를 경제적으로 바짝 죄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며 『유고로 들어가는 원유를 제한하기 위해 수색함정 투입 등 더 단호한 행동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에서 유고로 들어가는 지상 송유관을 차단한 데 이어 아드리아해의 해상봉쇄를 하겠다는 의지표명이다.
군사력 파괴에서 더 나아가 경제·사회 기반에 타격을 가해 그의 권력 자체를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토는 공습만으로 이번 전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듯하다. 나토가 최근 며칠사이 공습의 강도와 범위를 무차별·무제한으로 확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나토의 공습은 역사상 가장 잘 디자인된 전쟁』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와관련, 뉴욕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공습만으로 전쟁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공습효과론」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전쟁초기 「공습은 실패한 작전」이라는 회의론과는 사뭇 다른 논조이다.
이같은 주장들엔 이미 파탄 상태인 유고 경제에 사회 기반시설 파괴로 생활고가 극심해지면 국민들 사이에 「전쟁혐오론」이 유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공습압박을 통해 고집스런 밀로셰비치로부터의 민심이반 현상을 노리는 것이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이런 징후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나토측은 유고 국민들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 이같은 징후를 포착하기 시작한 것 같다. 제이미 셰이 나토 대변인이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세르비아측에 의해 살해된 알바니아계 유력지 편집국장의 장례식에 1,000여명의 조문객이 공개적으로 운집한 것을 중시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나토는 △연방내 몬테네그로공화국의 반 밀로셰비치노선 견지 △공습 이후 계속되는 군 지휘관 교체인사 △민주화를 지향해온 독립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도 등을 지적하며 이 현상들이 밀로셰비치 권력에 틈새가 생겼다는 반증이라고 보고 있다.
밀로셰비치는 97년 야당연합의 지방선거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다가 3개월간에 걸친 학생시위와 군부및 세르비아 정교회까지 여기에 가세하는 위기에 몰려 결국 굴복, 선거결과를 수용한 적이 있다. 그가 98년들어 코소보 알바니아계를 탄압한 것도 세르비아 민족주의에 불을 질러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유고내에 반정부세력은 항상 잠재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세력이 반미 반나토에서 선회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결국 유고문제의 최종 해결은 외세에 격렬하게 맞서온 유고인들이 전통의 저항민족주의와, 사회주의 몰락 후 욕구가 커져온 민주주의 중에서 어느쪽을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신윤석기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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