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잡도(雜盜)」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내로라하는 고관대작들이 여론재판에 내몰렸고, 상당수 국민들도 「후속타」를 기대하는 심정으로 그의 입을 주시하는 형국이다. 『나는 아니다』는 고관들의 결백 주장은 아직은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언론사에 걸려오는 전화 등을 통해 본 여론도 대체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있느냐」는 것. 한 시민은 『정부의 사정이 아무리 강력해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하루아침에 근절될 리 있겠느냐』며 공직자들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사태를 냉정히 들여다 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범인의 진술뿐, 그나마 그는 검찰조사에서 당초 진술을 번복하는 등 일관성을 잃고 있다. 심지어 공권력을 상대로 자신의 형량을 흥정하려는 파렴치한 의도마저 숨기지 않고있다.
이 마당에 여론이 누구 편인지, 또 편들기가 옳은 것인지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는 명백한 범법자이고 심판은 법원이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해명보다 도둑의 말을 믿고 수긍하려는 여론의 치우침은 누구의 탓일까. 적어도 도둑의 정치(精緻)한 범행상황 논리 탓만도, 서민들의 자괴어린 가학심리 탓만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여론의 향배를 우려한다는 한 시민은 이번 사태에 대해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셈』이라고 진단했다. 지금껏 「해먹은」 무수한 공직자들이 파놓은 무덤에 「애꿎은」사람들이 묻히는 형국이라는 의미다. 도둑의 진술에 난도질당한 자신의 명예회복에 급급한 공직자들이 우선 생각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사회부=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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