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을 전격 체포, 터키의 영웅으로 부상했던 불렌트 에제비트(73) 터키 총리가 집권 3개월만에 연정 재구성을 둘러싸고 심각한 기로에 서게됐다.18일 실시된 터키 총선 중간개표 결과, 에제비트 총리가 이끄는 민주좌익당(DSP)이 오잘란 체포에 따른 인기 덕분에 21%의 최고 득표율로 제1당에 올라섰다. 하지만 의석분포에서는 550석 가운데 과반에 절대부족한 135석 안팎을 차지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정당은 극우 국민운동당(MHP)이다. 18% 득표가 「돌풍」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는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농촌지역 선거구를 중시하는 선거제도 덕택이다. 의석규모로만 보면 DSP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같은 결과는 터키 정계에 대단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MHP는 특히 쿠르드 반군에 대한 항전의지로 「터키민족 대동단결」을 외치며 중도파의 지지를 끌어모아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밖에 득표율 10%를 넘어서 원내 진출이 가능하게 된 당은 이슬람 도덕당(16%)과 메수트 일마즈 전 총리가 이끄는 조국당(ANAP, 14.4%), 정도당(DYP, 11.1%) 등 3개.
에제비트 총리가 의회내 과반의석을 확보, 정치적 안정을 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개당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분석가들은 DSP와 MHP의 「극우_좌익」연합을 축으로 하는 대연정이 가능하다는 성급한 진단도 내리고 있다.
에제비트 총리는 그러나 연정가능성에 대해서는 『연정에 대해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MHP의 급부상은 선거의 최대 이변이다. 81년 요한 바오로2세를 저격한 범인이 바로 MHP의 청년조직인 「회색 늑대」의 지지자였다. 95년 총선에서 8.1%로 득표에 그쳤던 MHP는 특히 보안군의 지지를 받아 22년만에 의회에 진출하게 됐다. 코소보문제에 대해 적극성을 보여온 MHP 지지자들은 선거의 윤곽이 드러나자 『코소보여 기다려라, 우리가 달려간다』며 이슬람 동족애의 목소리를 높였다.
터키는 95년 이후 5번씩이나 정권이 교체되는 심각한 정정불안에 시달려온 국가. 더욱이 키프로스를 둘러싼 그리스와의 분쟁, 유럽연합 가입문제, 심각한 경제난 등 현안도 산적해 터키정국은 한동안 표류할 것 같다.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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