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집 전문도둑」사건의 파장은 이제 정치공방 차원을 크게 넘어섰다.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여론은 이 사건을 또 다른 「대도」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피해공직자에 현직장관 2명이 더 있고 금괴 12㎏을 털렸다는 새로운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판국에 절도범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거나, 야당이 「절도범의 대변인」노릇을 한다거나, 여론이 너무 성급하다고 탓하는 것 등은 모두 사건의 엄청난 폭발력을 간과한 부질없는 처사다.
우리는 모든 의혹의 진상을 명백하게 밝히는 것만이 그 폭발력을 조금이라도 흡 수 할 수 있는 지혜라고 믿는다.
철저한 진상규명은 우선 검찰의 축소 의혹을 푸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의 집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금품을 도난당한 민감한 사건인데다가 검찰·경찰의 축소수사까지 합쳐져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 축소의혹을 먼저 밝혀야 진상규명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상식부터 검찰은 깨달아야 한다.
검찰은 문제의 절도범을 기소하면서 유종근 전북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피해사실을 공소장에서 모두 빼버렸다.
이에대해 검찰은 기소한 절도사건 한 건을 제외하고는 절도범과 피해자 진술이 엇갈려 기소를 미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관행과 전후상황을 살펴보면 설득력이 없다. 일단 확인된 혐의만으로 범죄혐의자를 구속해놓고 여죄를 수사하는 일은 있지만, 무려 16건의 범죄혐의를 미뤄놓은채 달랑 한 건만 기소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에 앞서 경찰도 사건을 축소하려한 흔적이 뚜렷하다.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절도범이 유종근지사등의 집에서 금품을 훔쳤다고 진술한 부분은 모두 숨겼다. 그 배경에 대해 수사관계자 스스로 『경찰청에서 각별히 보안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검찰은 인천지검과 경찰의 수사 및 기소과정부터 원칙에 따라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밝혀야 한다.
법무부는 절도범의 진정서가 구치소 밖으로 나간 경위를 밝히는 일부터 서두르고 있는데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사건의 핵심, 즉 관련공직자들의 정확한 피해금품과 그 출처를 밝히는 일은 검찰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절도범의 「폭로」동기와 신뢰성에 일부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절도범의 주장보다 관련공직자들의 해명에 의문점이 많다고 느끼는 국민이 다수다.
정부와 검찰이 이번 사건의 폭발력을 우려한 나머지 이미 확산된 정치·사회적 파문을 억지로 진정시키려 한다면 결과적으로 어리석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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