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컴퓨터 그래픽과 멀티미디어 카드 분야만을 10여년간 고집해 온 「한우물형 벤처기업」이 최종부도 처리됐다. 당시 주변에서는 우리나라 정보통신 벤처기업의 「꿈」이 무너졌다고들 했다.그러나 가산전자㈜(대표 오봉환·吳奉桓)는 그렇게 쓰러지지 않았다. 이 분야에서 세계 「으뜸」으로 인정받았던 저력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국내 최초로 한글 글꼴이 들어있는 그래픽카드를 만들고 미국 컴덱스 등 해외 정보통신 전시회에 참가해 극찬을 받은 자랑스런 이력을 그대로 묻어버릴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한 때문일까.
『컴퓨터 관련 대형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자금회수가 안돼 부도가 났습니다.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전 직원의 피눈물나는 노력은 그때부터 시작된 거죠』 60여명의 직원은 부도직후 자발적으로 임금을 전액 반납했다.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없다』는 자부심과 오기의 발로였다.
수원지법에 화의신청을 하고 전 직원이 발이 닳도록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녔다. 가산전자의 회생을 호소하는 서명을 받아 채권은행단에게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등 유통업체와 생산협력업체는 물론 영국 T3사등 해외협력업체까지 무려 463 업체의 서명을 받았다.
오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노력도 눈물겨웠다. 자금지원을 받기위해 찾은 정부기관의 쌀쌀한 냉대에 뒤돌아선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려운 경영여건에서도 이미지 제고를 위해 7종의 신제품을 내놓았고 애프터서비스 요원을 5명이나 충원했다.
살얼음을 밟아가는 듯한 불안속에 지내던 가산전자 식구들은 2일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수원지법의 화의 인가결정이 내려진 것. 6개월여에 걸친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가산전자는 현재 싱가포르의 멀티미디어제품 유통회사와 연간 60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정부기관에서 벤처기업 자금 지원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는 200억원.
오사장은 『부도 이후 화의인가가 내려질 때까지 음양으로 도와준 많은 분들과 월급까지 반납해가며 헌신한 직원들에게 감사한다』며 『세계속의 가산전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