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경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신규투자가 추락을 거듭하고 반도체와 자동차의 일시적 호황에 따른 「경기 착시(錯視)현상」까지 겹쳐 우리경제가 날개도 펴기 전에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고개를 바짝 들고 있다. 전경련이 15일 거품경기 가능성을 제기하고 일본식 장기불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위기감이 산업현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상승에 필요한 엔진도 연료도 없다 우리경제는 외견상으로는 지난 해 말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악몽을 떨치고 상승국면에 올라 탄 것 처럼 보인다. 산업생산 출하 도소매판매등 각종 경기지표가 호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속내를 뜯어 보면 사정이 크게 달라진다.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신규투자는 거품경기 가능성을 갈수록 높이고 있다. 산업은행의 조사결과대로 금년도 신규투자가 4.7% 줄어들 경우, 올해 총 투자규모는 97년에 비해 40%이상(지난 해 신규투자 37.2% 감소) 감소하게 된다.
이 상태로는 경기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아예 불가능하다. 소비가 되살아나고는 있지만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머지않아 산업생산과 수출에 어려움이 커지고 실업자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의 뿌리와 엔진이 붕괴되는 셈이다.
반도체와 자동차라는 두 업종이 견인하는 경기상승 역시 오래 가기는 어렵다. 반도체경기는 국제시장 여건에 따라 수시로 부침을 거듭해 온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자동차 역시 세계경기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두 업종이 하강곡선을 그릴 경우 경기도 동반추락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두 업종을 제외하면 경기상황은 지난 해 보다도 못한 것이 우리경제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과 중화학에 비해 중소기업과 경공업은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양극화현상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민 커지는 정부 정부는 거품경기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93년 신경제100일계획등과 같이 경기상황을 거스르는 정책을 펴다 낭패를 본 전례가 있다. 더우기 전경련까지 나서 거품론을 제기함에 따라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는 정확한 경기실상을 파악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며 『투자확대와 효율적인 구조조정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지 않는 한 거품은 곧 꺼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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