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처럼 멋있고 숭엄한 음악은 세상에 다시 없을 것이다. 1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려진 종묘제례악(중요무형문화재 1호)을 보며 우리가 얼마나 위대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는지 절감했다.종묘제례악은 조선의 왕실 제사음악. 제사 절차에 맞춰 음악과 춤이 따르는데 화려장엄하고 그윽하다. 안타까운 것은 이 훌륭한 음악을 1년에 한 번 밖에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매년 5월 첫째 일요일 서울 종묘에서 제사를 올릴 때 역대 왕의 신위를 모신 정전 뜰에서 구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는 음악을 부분적으로 연주하는데다 대낮 야외이다보니 아무래도 산만하다.
종묘 밖의 종묘제례악은 음악만 떼어 그것도 일부만 연주되곤 했다. 국립국악원은 이번에 이를 처음으로 완전하게, 제사까지 갖춰 재현했다. 전통음악의 종가이자 종묘제례악을 온전히 지켜오는 유일한 기관으로서, 국립국악원이 할 일이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기왕이면 상설 무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악 상설공연은 정악 판소리 민요 사물놀이 춤 등 여러가지를 조금씩 보여주는 백화점식 「버라이어티 쇼」가 대부분이다. 맛보기로는 쓸모있지만 깊이가 얕다. 국악의 외국공연 프로그램도 대체로 그런 식이다.
전통음악의 진수로서 종묘제례악은 한국의 문화상품 1호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토막치지 말고 통으로, 무대공연 양식으로 좀 더 다듬어서 자주 올리고 외국에도 갖고 나가야 한다. 보배를 물려받고도 빛낼 줄 몰라서야 조상들께 면목이 없다. 종묘제례악은 600년 전 음악이지만 대단히 현대적인 음향을 갖고있다. 전통은 고리타분한 게 아니라 문화의 힘이다. 오미환 문화부기자 mh0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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