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민은 노래를 잘하는 가수다. 라이브 공연을 자주 하는 가수.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를 「이상한 노래」를 하는 가수로 기억한다. 「무기라도 됐으면」, 「무기여 잘 있거라」 같은 노래의 「무기」가 「외설 가사」 시비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화제가 되고, 그래서 어느 정도 그의 지명도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됐을 지도 모르지만, 그를 진짜 실력있는 가수라고 인정하기엔 이런 요인들이 오히려 개운찮다.그가 6번째 음반 「폭풍」을 냈다. 93년 1집 「스타트」로 시작, 94년부터 해마다 히트곡을 냈다. 「멀어져간 사람아」, 「청바지 아가씨」, 「애원」 , 「무기여 잘 있거라」, 「비원」, 「하나의 사랑」. 간간히 영화음악도 했다.
언더그라운드 밴드에서 출발한 그는 아직 대중 곁으로 가려면 멀었다고 본다. 『가수는 록에서 트로트까지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을 만족시키는 것이죠. 그 생각에 충실했습니다』
이전 음반에서 보다 대중성이 훨씬 강해졌다. 속되게 말해 「뽕끼」가 많이 들어갔다. 그러나 강한 흡인력을 지닌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타이틀 「사랑한 자의 부탁」은 통기타 두 대로 반주하면서 좌절한 듯, 애절한 그의 목소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기타리스트 함춘호의 연주가 좋다. 도입부에 라이터 켜는 소리와 함께 담배를 내뿜는 「포커 페이스」는 정통록 스타일. 탤런트 손지창이 가사를 만든 「제발」은 그의 표현대로 『숨쉴틈 없이 달리는』 록발라드다.
새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Sin(죄)」은 박상민으로는 처음 시도하는 R&B(리듬 앤드 블루스). 한국적 멜로디 라인의 곡에 가락을 잘 타는 박상민 보컬이 잘 어울린 곡. 요절한 김현식의 노래인 「그대 외로워지면」(이병훈 작곡·박두용 작사)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가수에 바치는 노래.
『30대 이상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게 음반을 만들 때의 그의 생각이었다. 「슬픈 사랑」은 「비원」 스타일의 발라드로 도입부의 프랑스어 나레이션과 고급스런 멜로디가 역시 나이든 쪽을 유혹한다. 하지만 「결혼 고집하지 않고 이여자 저여자 사귀고 다니겠다, 인생이 다 그런 거 아니냐」식의 가사를 담은 「무기여 다시 한번」같은 노래는 이제 진부하다.
몇곡을 제외하고 30대 이상을 겨냥하기에 그의 음반은 친근하고 익숙하다. 그러나 가수 박상민에게 이 음반은 교차로 같은 의미다. 이 지점에서 어떻게 나가느냐에 따라 그가 수준있는 록발라드 가수로 남을 것이냐, 대중성에만 치우친 가수로 남을 것이냐, 해답이 나올 것 같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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