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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밥'과 미국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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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밥'과 미국양심

입력
1999.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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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떡하라고』 미 육가공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손 애플 밸리」사 제품에 대한 미 농무부의 「식용불가」판정 때문이다. 미시간에 본사를 둔 이 회사가 한국과 러시아에 수출한 제품이 사람이 먹어서는 절대 안될 정도로 오염됐다는 판정이다.미 업계가 한국민의 건강을 우려해 난리법석을 떤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다. 이들의 머리속에는 이번 발표가 향후 미 육가공품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만이 가득하다. 그동안 행정부를 동원한 통상압력끝에 애써 열고, 닦아놓은 한국 등 아시아시장을 일시에 잠식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 같다. 한 육류업 관계자는 『이제 (육가공품을) 거저 준다고 해도 안 받을 지경이 됐다』고 한탄했다.

한국을 교두보 삼아 거대시장 중국으로 진출하려던 업계의 야심도 타격이 예상됐다. 마침 미국은 미국을 방문한 주룽지(朱鎔基) 중국총리에게 육류를 포함한 농산품 시장개방압력을 높이는 중이었다. 업계에서는 『하필 이때』라는 탄식과 함께 「눈치없는 발표」를 한 행정당국에 대한 볼멘 소리만이 넘쳐난다. 이들에게서 도의적 책임 따위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태의 장본인인 손 애플 밸리측도 뻔뻔하기만 하다. 이 회사의 조엘 도프먼사장은 해명 성명을 통해 『농무부가 한국 등지에 수출했다고 밝힌 1,200파운드(544만㎏)라는 수치가 어떻게 산정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발뺌부터 했다. 위해식품을 사 먹었을 한국민 등에 대한 사과는 그의 말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미국에서 식용불가 판정을 받은 육류는 폐기되거나 개, 고양이 먹이로 재가공된다. 결국 「개밥」을 사가라는 게 시장개방압력이었나. 미국의 양심이 의문스럽다.

윤석민 뉴욕특파원 yunsuk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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