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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보고 한강 밤섬] 재벌총수가 '숨은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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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보고 한강 밤섬] 재벌총수가 '숨은 지킴이'

입력
1999.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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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부근 한강 한가운데 밤알처럼 떠있는 밤섬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도심 생태계의 보고다. 이 외로운 섬을 돌보는 「숨은 지킴이」는 뜻밖의 장소에 있다.구본무(具本茂·51) LG회장. 밤섬에서 가장 가까운 여의도 LG쌍둥이 빌딩 동관 30층 그의 집무실 창가엔 고성능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한쪽에는 원앙과 학 등 새 모형들과 해외 출장 때마다 구입한 조류도감 등 조류관련 서적이 빼곡하다.

탐조(探鳥)가 취미인 그는 틈만 나면 밤섬의 철새들을 관찰한다. 『밤섬의 철새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사의 시름을 잊고, 자연의 도도함에 매료돼 어느새 차분해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구회장의 밤섬 조망은 단순한 위안 얻기에 머무르지 않고 환경파수꾼의 자연사랑으로 연결된다. 97년 여름 망원경을 보다가 낯선 사람이 배를 타고 밤섬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자 즉각 서울시 한강관리사업소에 신고했다.

또 96년 말에는 독수리의 일종인 천연기념물 흰꼬리수리가 물고기를 낚아채는 장면을 최초로 발견, 한국조류보호협회에 알리기도 했다.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새를 좋아한 그는 새의 몸짓과 날갯짓, 울음소리만 들어도 어떤 새인지를 안다. 어느날 집무실 창가를 스쳐가는 새를 보고 『황조롱이가 나타났다』고 말해 직원들이 확인해보니 LG빌딩 옥상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일전엔 경기 지역의 한 농장으로 가는 길에 논두렁에 지쳐 앉아있는 독수리를 발견, 20여 마리의 닭을 구해 먹이로 주었다. 96년 LG농구단을 창단하면서 송골매의 일종인 「세이커스」란 이름을 붙인 것도 새사랑과 무관하지 않다.

구회장의 밤섬 사랑은 87년 LG사옥이 서울역 「역전빌딩」에서 여의도로 옮겨오면서부터 시작됐다. 탁트인 시야 속에 들어온 밤섬은 청둥오리 원앙 황조롱이 등 철새들의 천국이었다. 즉시 고성능 「니콘 필드 스코프」망원경을 구입, 생태관찰에 나섰다.

97년 12월엔 밤섬의 생태를 알리기 위해 LG상록재단을 통해 한강관리사업소와 함께 여의도에 밤섬 조망대를 설치했다. 지난 1월에는 한국조류보호협회에 5,000만원을 쾌척했다. 이런 회장의 취미를 알았는지 임직원들도 밤섬 탐조회를 결성, 밤섬 보호에 동참하고 있다.

/박진용기자 jinyong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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