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교도소에서 보내다 지난 3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한 미전향장기수가 조상에게 제사라도 지내게 선산(先山)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52년 한국전쟁중 월북했다 69년 간첩으로 남파된 뒤 생포된 A(69)씨는 14일 모그룹소유의 서울 강남의 임야 900여평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말소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30년만에 자유의 몸이 돼 출소하자마자 선산을 찾은 A씨는 망연자실했다. 자신의 땅인줄만 알았던 선산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돌보는 사람없이 10여기의 조상묘만 덩그러니 버려져 있었다. 남의 땅에선 벌초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A씨는 동사무소에 가서야 자신이 이미 29년전에 사망신고가 된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공시지가가 2억5,000여만원인 이 땅은 A씨의 부친이 숨지면서 54년 A씨 명의로 상속해 놓은 집안의 선산. 그러나 전쟁은 A씨 형제를 남북으로 갈라놓았고 남쪽에 남은 동생은 형이 전쟁통에 숨진 줄만 알고 70년 사망신고를 한 뒤 땅을 상속등기했다. 동생은 선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게 됐고 5차례나 주인이 바뀐 끝에 89년 모그룹의 소유가 되었다.
A씨는 소장에서 『사망신고 자체가 무효인 만큼 사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변호인측에 『곧 숨을 거둘 나이에 돈때문에 땅을 찾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모시지 못한 조상님께 제사라도 올리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
그룹측은 그러나 A씨가 호적상 사망자로 되어 있어 A씨 동생을 땅의 소유자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토지매매가 이루어졌고 이후 정당한 과정을 거쳐 소유권이 이전되어온 만큼 현 시점에서 A씨의 소유권 주장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미전향장기수가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두고 법정공방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 흔히 있는 재산만을 위한 다툼이 아니여서 결론이 어떻게 날지 눈길을 끌고 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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