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전쟁기념관에서는 임정요인들의 고난과 영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임정 수립 80주년 자료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임시정부의 활동상을 각종 자료와 사진으로 보여주는 이 자료전은 임정 관계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국가를 되찾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전시회다.역사를 기록한 사진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료적 의미와 가치가 깊어진다. 더욱이 고난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당시의 기록사진들은 소중함이 더하다.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 담긴 선각자들의 결의에 찬 표정, 그들의 복장, 배경 등에서 흘러간 역사의 귀중한 한 순간을 복원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료가치가 높은 사진들은 3·1절이나 8·15 광복절을 기해 매년 「미공개 자료」라며 공개되곤 했다. 그런데 이렇게 공개된 수많은 자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온전하게 보관되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이날 문을 연 전시장에는 임시정부 청사안에 걸려 있던 20년대의 빛바랜 태극기, 무기를 사서 독립군에 보내 달라는 홍범도(洪範圖)장군의 친필 등이 눈에 띌 정도였다. 며칠전 특정 신문지면에 「최초공개」라며 실렸던 창덕궁 인정전 앞에서 찍은 170여명의 임정관계자 사진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은 화학처리과정을 통해 인화지에 재현된 영상이다. 제작과정이 철저하지 못하거나 보관을 잘못하면 색이 바래 사료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다. 최초로 공개되었던 사료들은 더이상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자산이다. 정부는 얼마나 많은 귀중한 사료가 개인의 장롱 속에서 사장되고 있는지 알고나 있을까.
전쟁기념관 중앙 현관 입구에는 빗속에서도 교외 학습을 나온 초등학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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