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영남이 혼돈상태에 빠져 있다. 수성(守城)의 입장인 한나라당과 도전자격인 국민회의, 자민련, 5공세력,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측이 한데 뒤엉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세다툼을 벌이고 있다. 선거구제 변화, 지역 신당 출현, 야당의 내분 등 지켜봐야 할 변수들도 수두룩해 영남은 그야말로 「정치 화약고」나 다름없다는 평가이다.영남권의 구도와 관련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이 지역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전직 대통령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다. 최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부산·경남지역 순회,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대구·합천 방문이 16대 총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실제로 양 진영의 핵심인물들중 상당수가 16대 출마를 준비중이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5, 16일 부산과 경북 칠곡을 찾는 것도 『영남권 반(反)DJ정서의 유일한 수혜자로서의 기득권을 두 전직대통령측과 나눠 가질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여권의 치밀한 「스며들기」전략도 간과할 수 없다. 국민회의는 이미 재정 여성 청년 등 TK의 야당 외곽조직을 허물기 시작했다. 김중권(金重權)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통한 TK 여론주도층 파고들기도 한창이다. PK출신 전직 고위관료들의 공천움직임도 활발하다. 대구 여론조사기관인 에이스리서치는 1일 『활발한 지역활동으로 국민회의의 TK지역내 지지도가 완만한 상승곡선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외세(外勢)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는 반면 수세적 입장에 놓인 한나라당의 내부 사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현재 TK·PK 모두 친(親)이회창그룹이 다수인 것은 사실. 하지만 TK엔 대표주자인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가 비주류로 버티고 있고 PK에선 거의 모든 의원들이 「YS 소동」을 계기로 이총재와 상도동 사이에서 진퇴유곡의 처지에 빠져 버렸다.
이런 혼란상이 앞으로 어떻게 가닥을 잡을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여러 변수중 중·대선거구제 채택이 영남 정치권 빅뱅의 촉매가 되리라는 견해가 상당해 주목된다. 『중·대선거구제 실시로 기존 정당의 공천범위가 크게 줄어들면 자연히 공천수요를 겨냥한 신당 출현 등 여러가지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TK에선 한나라당 이탈세력·자민련 일부·5공세력이 연합한 보수신당, PK에선 이총재-YS측의 갈등으로 인한 민주계 중심의 새 정치세력 출현 등이 「가설」로서 거론되고 있다. 야당에선 『여권이 무소속구락부 등의 위성정치세력을 만들어 영남을 공략할 것』이라는 경계론도 나온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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