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국내 「조폭」의 양상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당시 3대 조폭인 「범서방파」 「OB파」 「양은이파」가 줄줄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과거의 거대 「패밀리」형태를 갖춘 조폭이 사실상 와해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당시 조직의 행동대장, 대원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으면서 전국에 걸쳐 수백개의 폭력조직을 운영하고, 한편으로는 군소조직과 연계하는 「이원화」체제로 바뀌었다.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폭의 두목들은 대부분 나이트클럽, 고급룸살롱, 슬롯머신, 호텔 등 유흥업소나 건설업 등 합법적인 사업가 행세를 한다. 대규모 조직을 거느릴 경우 수사당국에 곧바로 감시 대상이 되기 때문. 검찰은 현재 서울에만 40여곳의 유흥업소가 목포파 군산그랜드파 미아리텍사스파 등 이들 조폭들의 관리하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세다툼이나 영업권 확보 등 사안이 발생할 때 평소 연계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주먹」들을 일시적으로 고용한다. 이른바 「신세대」조폭들이다. 검찰관계자는 『이들이 다른 폭력조직을 고용하는 이유는 수사기관에 노출될 가능성을 피하고 운영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에는 이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복덕방」 폭력배마저 생겨났다』고 말했다.
신세대 조폭들은 대부분 66~70년생으로, 보통 6~10명 단위의 소규모로 움직인다. 과거처럼 계파에 대한 강한 소속감이 별로 없어 「프리랜서」조폭으로 불린다. 연령층도 비슷해 서로 「형님」 「동생」하며 적극적인 연대까지 가능하다. 이들은 국내 3대 조폭처럼 적대적 대립을 통한 「약육강식」보다는 타협으로 서로 이권을 분배하는 철저한 「공생(共生)」형이다. 평소 사채업이나 도박장, 유흥업소 갈취는 물론 청부폭력 재개발이권개입 장기매매 소송개입 등 돈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게 이들의 특징이다.
지난 3월 검찰에 구속된 청량리 「까불이파」의 두목격인 김모(33)씨가 대표적인 경우. 「카드깡」 등으로 근근이 조직을 꾸리던 그는 20억원을 호가하는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 인수권분쟁이 발생하자 곧바로 조직원 5명과 함께 개입, 강제로 영업권을 빼앗아 수십억원의 이득을 챙기다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최근 중소지방에 생겨난 신흥 폭력조직들이 세력 확장을 위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자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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