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교공관이 80여년만에 다시 서울의 4대문안에 들어선다.12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예브게니 아파타시에프 주한 러시아대사가 최종찬(崔鍾璨)건교부차관을 방문, 6월께 서울 중구 정동 34의 16 옛 배재고 자리(약2,400평규모)에 대사관저를 신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파타시에프대사는 이 자리에서 『한국 건축법상 대지면적의 7%를 녹지나 휴식공간등 공개공지로 확보토록 돼 있으나 보안이 필요한 외교건물 특성상 개방적으로 지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게 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최차관은 이에 대해 『현행 건축법상 연면적이 5,000㎡(1,515평)가 넘는 특수건축물에 대해서는 법을 적용하지 않는 특례조항이 있기 때문에 양국간 외교관계 발전을 위해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대사관측은 건축법 문제가 해결되는 즉시 중구청에 건축허가 신청서를 내고 다음달중 국제입찰방식으로 시공업체를 선정, 6월께 건설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새로 지어질 러시아 대사관 건물은 ㈜광장 건축환경연구소 대표인 김원(金洹·56)씨 설계로 지하2층 지상10층 연면적 6,000평 규모 건물에 슬라브민족 특유의 장대한 스케일과 우리나라의 전통가옥 분위기를 연출하는등 1세기간 한·러간 갈등과 화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제정러시아가 1884년 조(朝)·러통상조약 체결이후 정동 문화체육관 옆 부지에 처음 설치한 러시아공사관은 1895년 당시 고종황제가 민비를 살해한 일본낭인을 피해 몸을 숨긴 「아관파천」의 역사적 현장이 됐다. 이후 러시아공사관은 1910년 한일합방이후 영사관으로 격하됐다가 1917년 소련연방수립과 함께 철수됐다. 현재 이 부지는 배재고가 강동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코오롱건설이 사들였다가 87년 한국토지공사에 되팔아 빈터로 남아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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