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국회 146호실. 국민회의 총무경선에 나선 손세일(孫世一)의원이 정견을 발표하기 위해 등단했다. 언론인 출신의 박학다식한 논객으로 이날의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만큼 그의 연설내용에는 많은 관심이 쏠렸다.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연설내용은 별로 인상적이지 못했고 결론은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손의원은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정치권자체의 문제점과 모순은 외면했다. 그러고는 『정치 불신은 언론의 왜곡보도때문인 측면이 있으므로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언론도 개혁할 것』이라며 「남의 탓」타령에 열중했다. 여당 원내총무에게 언론을 개혁할 권능과 임무가 주어져 있는지도 의심스러웠지만 그가 구상하고 있는 언론 개혁방법이 「심포지엄」이라는 얘기를 듣고서는 어이가 없었다.
손의원의 강변은 총무 당선이 확정되고 나서도 계속됐다. 총무자격으로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그는 『국회나 정당, 국회의원의 활동에 비해 불만스러울 정도로 국민의 정치 불신이 깊다』면서 『왜곡이라면 어패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원인의 상당 부분은 언론보도 때문』이라고 거듭 국민과 언론을 탓했다. 『언론이 너무 비판쪽에 비중을 두고 하는 보도가 많아서 언론만 보면 실제 이상으로 정치권이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내가 언론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우리 언론은 과거 군사정권때부터 청와대를 비판하지 못하자 대신 국회를 비판하는 전통이 있다』는 말까지 했다. 뚜렷한 근거없이 과거와 현재를 동일시하는 무책임이다. 『여권의 언론통제로 언론이 청와대는 비판하지 못한 채 괜히 국회만 비판하고 있다』는 야당의 주장까지 연상시켜 뒷맛이 영 씁쓸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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