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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 4. 루카치 `역사와 계급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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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 4. 루카치 `역사와 계급의식'

입력
1999.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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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치는 마르크스주의로 「철학」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 사람이다. 레닌이 마르크스를 혁명과 당의 조직이라는 실천 영역에서 계승한 사람이라면, 루카치는 서구 문명사 차원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의의를 철학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프롤레타리아라는 범주를 실천 범주가 아니라 철학의 범주로 사유할 수 있도록 승화시킨 것이 「역사와 계급의식」이다』(동국대 홍윤기 교수)하지만 이 책의 운명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소련이 레닌에 이어 스탈린주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관념적인 냄새 짙은」 루카치 이론은 혁명가들에게 달갑지않게 받아들여졌다. 루카치는 책을 출간하자마자(1923년) 공산당의 비판에 부딪혔고 결국 10년 만에 스스로 책의 가치를 부정하는 지경까지 가고 말았다. 그것이 루카치의 본심이었을까? 55년 루카치 탄생 70주년 기념으로 독일 아후프바후 출판사에서 나온 「루카치 70회 생일 기념 문집」에서 그는 『스탈린의 압력으로 그 책을 부정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적었다.

루카치와 「역사와 계급의식」의 이런 흐뭇하지 않은 관계는 책의 의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준다. 이 책에서는 굳어버린 이데올로기, 혁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공산주의 사상과 갈등하는 「비판정신」을 감지할 수 있다.

8개의 논문 모음인 책에서 가장 주목받는 개념은 「계급의식」과 「사물화」. 특히 「사물화」는 인간 특유의 활동, 인간 특유의 노동이 객체적인, 인간으로부터 독립되어 인간에 낯선 자기 법칙성을 통해 인간을 지배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이것은 물론 루카치의 독창(獨創)은 아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물신주의(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상품인 사물의 관계로 바뀜)를 거론했고, 막스 베버 역시 사물화, 관료화, 합리화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상품구조로 사물화의 체계를 파악했다면 루카치는 베버의 생각을 빌려 사물화를 의식과 관련시킨 점이 다르다. 또 베버가 합리화의 요체를 탈신비화 탈주술화라 보고 자본주의 체제의 가능성을 찾은 반면 루카치는 거꾸로 합리화 과정이야말로 인간 이성이 스스로 마비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루카치는 사물화의 극복, 혁명의 동인(動因)을 심각하고 철저한 비인간화를 겪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식의 성숙에서 찾고 있다. 자본주의 합리화 과정에 대한 이같은 비판은 뒤에 호르크하이머의 「도구적 이성」, 마르쿠제의 「1차원적 인간」등에서 다양하게 변주되어 나타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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