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혜련,…나는 멀리 나와서 집생각이 간절한 가운데 그대의 은혜와 그대의 고생을 아울러 생각함을 멈출 수 없소이다. 당신은 내게 충성과 사랑을 다하여 왔는데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도움이 당신의 하는 것만큼 만분의 일을 따를 수 없을 것 같소이다」일제감정기 민족독립운동의 거두였던 도산 안창호(1878∼1938)선생. 「독립운동가」하면 가족과 친지를 버리고, 오로지 조국에 몸바치는 사람으로 알기 쉽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독립운동을 펼쳤고, 상하이 임시정부의 내무총장과 국무총리 대리직을 지냈던 도산은 지사이자 다정다감한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도산이 아내 이혜련 여사와 필립 등 자녀들에게 30여 년에 걸쳐 보낸 편지글들이 무더기로 발굴돼 이달 말께 「나의 사랑, 혜련에게」라는 책으로 나온다. 소화출판사가 발간할 이 책에는 1902년 도산이 미국에 도착, 1938년 생을 마감하기까지 쓴 미공개 편지들이 들어있다.
편지에는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머나먼 타국에서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사랑하는 가족들을 홀로 떠나 생활하는 외로움이 잘 드러나 있다. 또 민족운동가의 입장과 가장으로서 갈등하는 모습도 솔직히 보이고 있다. 특히 편지마다 도산의 구체적인 독립운동 행적이 나타나 있어 기록적인 가치가 상당하다.
이 자료를 유족으로부터 모아 정리한 박재섭(인제대) 김형찬(웨스턴 워싱턴대)교수는 『편지에서 도산의 인정많은 성품은 물론, 진실과 정직, 작은 실천, 희망을 강조하는 도산의 철학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의 출판을 앞두고 최근 도산 안창호선생 기념사업회에서는 도산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사진들을 모아 「수난의 민족을 위하여_도산 안창호의 생애」 사진집을 펴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도산의 모습과 유묵들이 상당수 들어있는 역시 귀중한 기록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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