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가 살 길인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지원과 새 정권 출범으로 「득세」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한국자본주의의 앞날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까? 정부가 힘을 실어 추진하는 이른바 IMF 프로그램에 대해 소장학자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공개적인 학술대회에서 한 목소리로 신자유주의 비판이 쏟아지고, 진보진영 학자들의 반대 세력 조직화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반(反)자유주의의 물결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소장 사회·경제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사회경제학회는 지난달 27일 「신자유주의와 세계 경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신자유주의의 모국 미국을 비롯해 남미, 동유럽, 한국의 경제를 살피고 문제점을 짚어본 자리다.
학술대회에서 「글로벌 신자유주의」를 만들어 낸 미국을 해부한 강원대 이병천교수는 『동아시아의 국가관리 자본주의는 아시아 경제 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금융지배자본 세계화의 직접적인 지배 권역으로 포섭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IMF 관리 체제 아래서 앵글로색슨형 자본주의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강요받고 있으며 국내 정치, 언론, 학계 분위기는 「국가=악, 시장=선」이라는 이분법이 지배한다고 비판했다. 이교수는 신자유주의를 지탱하는 금융권력은 투기를 통해 실물경제를 위축시키고 부를 약탈하는 반생산, 기생의 성격이 농후하며 세계 경제의 불안정과 위기를 깊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신자유주의의 문제가 널리 거론된 것은 물론, 일부 학자들은 비판적인 이론을 실천과 연계시키자는 의견까지 들고 나왔다.
그런 실천의 자리는 올해 가을에 창간될 계간 학술지 「진보평론」에서 마련된다. 이 학술지는 마르크스주의 시각으로 현실문제를 살폈던 80년대 학술지 「현실과 과학」, 90년대 초 「이론」의 맥을 이은 것. 이른바 「진보이론 정론지」라는 의미까지 붙여 내놓은 발간 제안문을 보면 학술지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한국경제의 자본축적 위기는 노동자_민중의 생존과 삶에 심대한 위기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위기는 자본 축적의 위기를 노동자_민중에게 전가시키려는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로 한층 악화하고 있다」. 또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연구자들이 사회발전의 전망을 체제 내적 개혁의 수준에서만 제기하는 우경화 경향을 보이고, 학술단체의 활동은 대체로 이들의 헤게모니 아래서 행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학술지를 매개로 한 이 모임은 특히 좌파 학자들과, 이론을 사회운동으로 연결해 낼 실천가들이 함께 했다는 점에서 높히 평가할 만하다. 발간 대표는 김진균 최갑수(이상 서울대) 손호철(서강대)교수가 맡았고, 편집위원은 김세균(서울대) 강남훈 남구현 노중기(이상 한신대) 서관모(충북대) 이구표(인천시립대) 이성백(서울시립대) 윤수종(전남대) 정성진 정진상(이상 경상대) 이환식(파리8대학)교수 등이 참여했다. 사회단체 활동가로는 민주노총, 진보네크워크 등의 강동진 고민택 김명준 박성인 안효상 이종회 이환재 이회수 장여경 채만수 곽탁성 강남식 김진업 백원담씨 등이 뜻을 모았다. 「진보평론」발간 모임은 17일 발족식과 함께 「현 시기 한국의 사회운동과 이론활동」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갖고 신자유주의 파고에 맞서는 대안을 모색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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