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끝없이 인간의 공포대상을 창조하고 발견해 낸다. 흡혈귀, 사이코, 악령, 핵, 외계인…. 그들이 인간에게 주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다.잊고, 잊어버리고 싶은 숙명적인 죽음을 공포의 이미지를 통해 환기시킨다. 그러나 죽음보다 더 끔찍한 공포는 자유의 상실이다. 양심과 기억과 꿈까지 지배해버리는 철저한 통제.
「인 드림스」(17일 개봉)는 바로 그 꿈을 조종당하는 한 여자의 얘기다. 밤마다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는 클레어(아네트 베닝). 그를 더 공포로 몰아가는 것은 꿈속의 일이 현실에 그대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꿈속에서 괴한에 끌려가 죽음을 당하는 아이가 바로 자신의 딸일 줄이야. 현실과 꿈의 혼돈, 꿈의 현실화는 결국 남편의 살해에까지 이르게 한다.
영화는 그 악마의 실체를 가장 고전적이자 상투적인 틀에서 찾는다. 정신병자인 비비안 톰슨(로버트 다우닝 주니어). 어머니에 의해 수몰되는 집에 갇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는 광적인 복수심과 집착력을 보인다.
어머니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의 이중감정을 이웃에 사는 클레어를 통해 실현하려 한다. 클레어가 비비안에게 접근하는 방식 역시 무의식과 꿈의 역이용. 「세븐 에일리언」의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의 자극적 색체와 역동적 영상이 분위기를 입체화한다.
그러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보듯 닐 조던 감독의 공포는 상상에서 출발하지만 어설프게 현실과 손을 잡는다. 그래서 우리의 신경에 날카롭게 파고들지 못한다.
반면 「다크 시티」(비디오 출시)는 상상의 리얼리즘에 충실하다. 이방인에게 기억을 뺏긴 인간의 모습은 어둠이다. 공포는 나의 기억과 타인의 기억이 뒤섞여 정체성을 잃어버린, 과거를 도둑질당한 자기 모습에 있다.
어느날 연쇄살인범으로 몰린 머독(루퍼스 스웰). 그는 자신의 행동을 기억할 수 없고 기억은 타인의 것으로 들어있다.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SF물의 상상력을 특수효과를 적절히 사용해 시각화하면서, 그것이 황당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상상속의 현실」이 되도록 리얼리티를 살렸다.
히치콕의 스릴러적 방식에 기댄듯한 스릴러 「인 드림스」와 스탠리 큐브릭의 공상과학적 회의주의로 인간의 공포스런 가설을 펼친 「다크 시티」. 복고와 첨단만큼이나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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