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13일 치러질 17대 총선을 1년 앞두고 벌써부터 불법적인 사전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치인이나 입후보 예정자들은 사조직을 결성하거나 기존 모임 등을 후원하며 유권자 줄세우기에 분주하고, 유력인사들은 지역순시를 핑계로 고향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얼굴을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모 원외위원장은 『선거에 임박해 20억원 가량을 한번에 쓰면서 움직이는 것보다 지금부터 매월 1억원 정도씩 투입하며 뛰는 게 자금도 적게 들고 효과도 크다』고 밝힐 정도다.먼저 후보자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친지나 대리자를 앞세우는게 대표적인 운동방법. 적발되더라도 본인 피선거권과는 무관하다는 틈새를 노렸다.
충북지역에서는 출마후보자 L씨가 아버지를 앞세워 표밭갈이를 벌여 선관위가 조사중이다. L씨 아버지는 아들의 사진과 경력이 게재된 인쇄물을 갖고 유권자들을 만나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기지역에서는 후보예정자 대신 조직책들이 직접 나서 조기축구회나 배드민턴 친목회를 결성, 회원들에게 3,000~5,000원의 참가비만 받고 향응을 제공하면서 세를 넓혀 가고 있다.
강원에서는 H의원의 부인이 음식과 선물 등을 돌려 강릉지검이 수사중이다.
후보자들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더 노골적이다. 충청지역의 S씨는 가까운 거리도 무조건 택시를 이용, 1만원을 지불하고 거스름돈은 사양한다. 경기지역에서는 입후보 예정자가 택시 등을 살짝 들이받고 후하게 보상, 환심을 사기도 한다. 대구지역 K씨는 지역주민에게 직접 선물을 돌려 검찰에 고발됐다.
정치신인들은 대대적인 행사를 통해 이름알리기에 열을 올린다. 지난달 17일 충북 제천시에서는 L씨가 귀향 환영대회를 치러 검찰에 고발됐다. L씨는 100만원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출마할 수 없다.
사전선거운동에 가장 필요한 건 역시 탄탄한 조직. 시·도 지방의원들이 주요 포섭대상이며 상대후보의 조직원이나 지역책들을 회유하는데도 엄청난 금품이 오가고 있다. 이를위해 문화복지나 장학재단 등을 가장한 사조직이 급증하고 있고 동창회·계모임, 사랑방좌담회 등도 부쩍 늘었다. 경기 P, 경남 J, 제주 K씨 등이 선관위의 요주의 인물들이다. 이밖에 지역구를 노리는 전국구 H,L,H의원 등은 아예 고향으로 이사해 물밑작업에 한창이다.
이에따라 중앙선관위는 선거일 180일전부터 개시하던 감시활동을 상시 감시체제로 전환,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1월부터 지역선관위에 적발된 사전선거운동(상시제한행위 포함)건수는 모두 264건. 대부분 경고나 주의조치로 끝난 경미한 사안이었지만, 선관위는 사전 선거운동이 갈수록 법망을 교묘히 비켜가면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어 적발에 애를 먹고 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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