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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제테러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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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제테러의 정치학

입력
1999.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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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에 추락한 미국 팬암여객기 폭파 테러의 용의자인 리비아 정보요원 2명이 11년만에 재판을 받게됐다. 유례없이 제3국 네덜란드에 스코틀랜드 법정을 설치하는 곡절을 겪은 이 「로커비 사건」은 용의자 인도를 둘러싸고 유엔과 미국이 8년째 리비아에 경제제재를 가해 우리 건설사도 피해를 봤다. 따라서 국내 언론이 관심있게 다룬 것은 좋지만, 「테러응징에 새 장 열어」식의 시각은 그간의 논란에 비춰 안이하고 편향된 느낌이다.■88년 12월 런던발 뉴욕행 팬암기가 폭발해 270명이 사망한 참사가 있은 뒤 3년동안 미국과 영국은 수사상황을 극비에 부쳤다. 그러다가 91년 11월 갑자기 『리비아가 범인』이라고 발표했다. 증거는 손톱만한 시한폭탄 파편과 셔츠조각, 그리고 스위스와 몰타 상인 2명의 증언뿐이었다. 리비아와 연결짓는 유일한 고리인 증언은 리비아 교통장관이 85년 스위스에서 시한장치, 즉 시계를 사갔고 리비아 요원이 사건 2주전 몰타에서 셔츠를 샀다는 내용이었다.

■미국과 영국은 리비아요원들이 플라스틱 폭탄을 카세트 레코더에 숨긴 뒤 셔츠가 든 가방에 넣어 몰타공항에서 뉴욕으로 탁송, 팬암기에 옮겨 실리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두 나라 언론도 무력보복을 거론하며 흥분했으나, 다른 유럽 언론은 증거와 추론이 빈약하고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호메이니, 시리아의 아사드, 리비아의 카다피, 이라크의 후세인을 차례로 「악마」로 몰아 친 미국이 걸프전이 끝나자 다시 카다피를 몰고 있다는 냉소적 반응도 많았다.

■실제 혐의는 이란쪽이 훨씬 컸다. 사건 다섯달전 미해군이 이란여객기를 오인, 격추한 것에 보복했을 개연성이 높았다. 다음해,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과 뉴스위크는 오랜 추적끝에 「진상」을 폭로했다. 이란이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에 범행을 사주했고, 아사드 시리아대통령과 가까운 무기상이 협조했으며, 이란과 시리아를 회유하려던 미국은 결국 만만한 리비아를 희생양으로 골랐다는 주장이었다. 국제 테러의 정치학은 난해하다./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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