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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을] 웨이킹네드, 멋진 사기극을 위하여 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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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을] 웨이킹네드, 멋진 사기극을 위하여 축배

입력
1999.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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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권에 당첨되고 죽은 네드대신 120억타기 온마을이 동참하지만… -할리우드 영화라면 이랬을지 모른다. 「내 것이 아닌 일확천금을 노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아이나 신부가 음흉한 두 늙은이의 복권 사기극에 동참하지 않고 진실을 밝힌다」.

영국 신세대 감독 영화에서는 혹 「돈에 눈이 뒤집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탐욕스런 피의 잔치가 이어지고, 막판에 천금을 거머쥔 누군가는 싸늘한 미소를 지을지도」모른다.

그러나 영화 「웨이킹 네드」(원제 Waking Ned Devine)는 무작정 살인도, 훈계도 하지 않는다. 관객은 즐거운 공범이 되고 「사람의 진실」에 눈뜬다. 「죽은 네드 깨우기」는 아일랜드의 외딴 마을 사람들의 보험금 타내기가 내용이다. 복권은 무료한 일상의 찰나적 탈출이다. 그런데 진짜 사건이 생겼다.

툴리모어에서 120억원 가량의 복권 당첨자가 나왔다. 그런데 어느 놈이 횡재했는 지 기미가 없다. 단짝 친구 재키(이언 배넌)와 마이클(데이비드 켈리)은 떼부자가 된 이웃에게 아부해서 콩고물이라도 얻으려고 혈안이 된다. 아내 시켜 염탐하기, 술 마시며 떠보기…. 그래도 감이 안잡힌다.

알고보니 주인은 바로 네드 드바인. 평생 복권 당첨을 꿈꿨을 그는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며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일확천금을 그냥 날려 버리는 것은 바보 짓. 마이클은 네드로 가장, 보험사 직원을 속인다.

물론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공돈 먹기가 그렇게 쉬울까. 온 마을이 합쳐져야 만사형통이 될 판. 두 사람은 온마을 사람을 불러 「고해성사」를 하고 공평히 나누어 갖자고 제안한다.

신부와 소년을 포함한 51명의 주민은 모두 찬성하고, 단 한 사람 마녀같은 리지 퀸만은 사기극을 신고를 않는 조건으로 10%를 달라고 요구한다.

CF감독 출신 커크 존스의 첫 영화 「웨이킹 네드」는 그러나 평범한 코믹물은 아니다. 다혈질의 아일랜드인, 분쟁을 겪으며 살아온 그들의 시니컬한 유머가 곳곳에서 빛난다.

하느님을 못보았다는 신부에게 맹랑한 꼬마는 말한다. 『나라면 월급도 안받고 모르는 사람 일은 안해요』 사기를 신고하러 전화통으로 부지런히 걸어가는 리지와 기쁨에 들뜬 온마을의 파티 장면이 교차 편집, 긴장과 흥분이 배가된다. 돼지치기 핀과 메기의 사랑은 짭짤한 소품이다.

누구도 손해볼 것 없는(그간 많은 돈을 번 보험사도 그리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이 「아름다운 탐욕극」에 관객이 기꺼이 동참하게 되는 것은 무욕(無慾)을 예비한 노인들의 솔직담백한, 그래서 인간적인 탐욕. 만인을 위한 만인의 행복, 거기에 「신의 진실」을 운운하는 것은 외려 거추장스럽다.

「하이랜더」의 배경으로 쓰면 꼭 맞을 아일랜드 맨 섬의 아름다운 풍광. 아일랜드 캘틱풍의 음악 역시 빠져들만하다. 알몸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우스꽝스럽고 멋진 장면을 놓치지 말길. 모처럼 평론가와 관객이 의견 일치를 볼 수 있는 영화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양윤모(영화평론가):김대중 대통령도 보면 좋아하실, 지혜와 유머와 행복감이 넘치는 감동 제1순위의 영화. ★★★★☆

◆유지나(영화평론가):순박한 정신, 개성있는 캐릭터.「노년은 아름다워」를 선언하는 실버코미디.★★★☆

★5개 만점, ☆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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