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30일 제주도를 홍콩이나 마카오같은 국제자유도시로 육성한다고 발표했다(본지 31일자 10면보도). 정부의 구상은 제주도를 사람 상품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이른바 「국경없는 도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같은 구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여론수렴을 통해 치밀한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제주도 개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한양대 손대현(53)사회과학대학장을 만나 보았다._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육성한다는 구상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한국은 외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제적으로 위상이 많이 추락해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실추된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관광사업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합니다. 때문에 정부계획은 매우 참신하고 시의적절한 조치로 보입니다. 더욱이 홍콩과 마카오의 중국반환으로 이 지역 관광산업이 침체를 보이는 상황도 이러한 구상의 성공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_정부계획이 홍콩이나 마카오, 싱가포르를 모델로 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요.
『정부는 제주도에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물류와 교역기능을 추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나아가 외환거래를 자유화하고 국제인터넷증권거래소를 개설하는 등 금융복합형 국제자유도시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계획은 홍콩이나 마카오, 싱가포르가 이미 실천하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들 지역과는 차별화한 전략으로 나가야 합니다. 똑같은 상품을 내놓고 잘 팔리기만을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_정부계획에 보완점은 없습니까.
『한마디로 발상은 좋은데 신선한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우선 제주도에 물류기지를 건설한다는 꿈부터 버려야 합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물류기지가 된 것은 인근국가인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등을 상대로 한 것입니다. 우리는 물류기지를 만들어도 그런 시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또 제주도를 국제적인 금융도시로 육성한다는 방안도 실현가능성이 적어 보입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막강한 화교자본을 등에 업고 금융산업이 성장한 것이어서 우리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 자본도 없이 해외자본만을 유치해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따르지요. 또 하나 제주도에 공장지대를 건설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이는 말도 안되는 얘기입니다. 왜 그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망치게 할 공장을 세웁니까. 공장을 만들면 제주도는 황폐화의 길을 걸을 것입니다』
_그럼 제주도는 어떤 매력으로 이들 지역과 경쟁해야 할까요.
『제주도가 가진 아름다운 풍광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우수한 자원입니다. 때문에 제주도는 현재의 환경을 보호하고 개발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제주의 맑은 물, 원시 그대로의 숲, 동굴 등을 자연 그대로 보존해야 합니다. 머지 않아 잘 보존된 자연환경이 어마어마한 경제적 상품이 되는 시기가 올 것이고 우리는 그에 대비해야 합니다』
_제주도의 관광자원개발과 관련해 프로젝트 논문을 쓰셨는데요.
『「한국의 뉴밀레니엄 관광사업과 Healing Joy사업의 적합성 평가」라는 논문을 지난해 말 발표했습니다. 골자는 제주도를 자연 그대로의 「그린 투어」관광지대로 꾸며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상태에서는 환경관광과 건강을 합한 개념의 「치유관광(Healing Tour)」이 가능합니다. 즉 깨끗한 환경속에서 병도 치유된다는 얘기입니다』
_ Healing Joy사업에 대해 설명해 주시지요.
『쉽게 말해 환경치유관광 개념으로 아름다운 자연속에 의료기능이 추가된 리조트사업을 가리킵니다. 현재 미국의 「머시」의료재단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제주도에 도입해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현재 학계를 중심으로 「제주 신천년 기획사업위원회」(위원장 이규학·생명문화운동재단 의장)가 구성돼 있습니다. 위원회는 외자를 유치해 13개 언어권별로 리조트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도청으로부터 사업유치의향서를 받아 놓은 상태인데 리조트가 건설되면 세계 각국의 부호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여 상당한 외화수입이 기대됩니다』
_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주도를 찾는 연간 관광객 300여만명중 5%만이 외국인에 불과합니다. 왜 외국인들이 찾아오지 않는지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만 개선도 뒤따를 것으로 봅니다. 이제 밑그림은 그려졌으니 그림을 그리는 것은 기업과 국민들의 몫입니다. 정부도 관광산업을 경시하는 그동안의 경직된 사고를 버려야 하겠지요』/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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