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보통사람까지 백색유혹] '마약의 덫'에 3남매 파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보통사람까지 백색유혹] '마약의 덫'에 3남매 파멸

입력
1999.04.09 00:00
0 0

「백색 파멸」의 덫에 걸려 한 가정이 완전히 무너졌다. 장남은 마약중독에 따른 금단현상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고, 형에게 마약을 대주던 남동생은 도피중이다. 하나뿐인 여동생은 마약중독자로 이미 복역중이다.지난 5일 오전 10시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 191 D빌딩 4층에서 사채업자 이모(34·서울 강남구 포이동)씨가 전깃줄에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이씨는 96년부터 마약에 손을 댄 중독자였다. 전처 윤모(28)씨는 『마약에 취하면 폭행하고 깨어나면 자살소동을 벌였다』며 『자상하던 남편이 마약에 빠지면서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고 흐느꼈다.

이씨가 남긴 것은 어린 두 자녀와 부모에게 남긴 유서 한장. 『불효를 용서해 주십시오』라며 부모에게 어린 자식을 맡아달라는 부탁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생활보호대상자인 이씨의 아버지(67)는 『위암으로 투병중인 아내를 돌보느라 아들의 시신을 거두러 갈 수 없다』고 경찰에 알려왔고 결국 윤씨가 시신을 수습했다.

이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것은 다름 아닌 이씨의 남동생(31). 경찰은 96년 6월부터 형에게 마약을 대준 이씨를 지명수배했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씨의 여동생(28)은 이미 98년 10월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에 수감중이다. 여동생은 마약투약은 물론 작은 오빠와 함께 판매에까지 손을 댔다. 이 사건을 맡은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마약중독으로 형제자매 모두가 망가지고 가정이 결딴난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를 포함, 마약의 파괴력은 그 강도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올들어 3월말까지 서울에서 적발된 히로뽕 투약사범은 12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명)에 비해 2.4배 폭증했다. 마약이 기승을 부리는 부산에서도 올 1~3월 138명(75건)의 마약사범이 적발돼 지난해 같은 기간(81명,35건)에 비해 70% 이상 늘었다.

최근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IMF로 실의에 빠진 사람들의 「마약 면역력」이 약해진데다 가격마저 크게 내린데 따른 것이다. 특히 「염가·저순도 마약」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은 국내 마약조직들이 공장을 중국, 동남아등 제조원가가 싸고 단속이 느슨한 곳으로 옮기고 순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염가 마약을 대거 공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히로뽕의 순도를 30% 정도로 낮추고 값은 이전의 절반 정도로 책정, 투약자의 저변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1회 투약분에 10만~16만원의 고순도 히로뽕보다 5만원 안팎에 살 수 있는 저순도 히로뽕이 전파력 측면에서 더욱 위험하다』며 『보통사람들도 값싼 마약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