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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목숨 앗아간 '고시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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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목숨 앗아간 '고시열풍'

입력
1999.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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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운 인재들이 이렇게 쓰러져서야…』7일 서울 마포경찰서 형사계에서 서울대 출신 고시준비생의 변사사건을 조사하던 경찰관들은 고시열풍이 만들어낸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에 혀를 찼다.

6일 오후 2시50분께 당산철교 아래 한강상류 100m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람은 김모(35)씨. 서울대 독문과 82학번인 그는 88년 졸업 후 S은행에 취업했지만 1년만에 그만두고 고시준비 대열에 뛰어들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원 단칸방에서 젊음을 고스란히 바친지 7년. 가족들은 김씨가 수차례 시험에 떨어지고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판사 검사로 임용되는 것을 보면서 심한 중압감에 시달려왔다고 전했다.

최근 몇년 사이에 불기 시작한 고시열풍은 「IMF 취업난」이 겹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고시준비생이 합격에 대한 중압감에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올들어 3건이 잇따랐다.

지난달 29일 J고시원에서 늦깎이 고시생 하모(43)씨가 우울증 치료제 과다복용으로 숨진채 발견됐고, 2월에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아파트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김모(23·여)씨가 시험에 합격할 자신이 없다며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서울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고시 준비생이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매년 5~6건에 이른다』며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시촌에 들어오는 만학 고시준비생까지 급증하면서 심한 스트레스에 따른 약물복용·탈선 등도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신림동 일대의 고시촌에 몰린 2만여명의 고시준비생, 300여곳의 고시원, 40여개의 독서실은 인적·물적자원이 잘못 배분되고 크게 왜곡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대변해준다.

고시를 준비하던 젊은이들의 잇단 죽음은 우리 사회가 사법·교육개혁과 맞물려 고시열풍의 국가적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고 인재 등용의 근본적 변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임을 알려주고 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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