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각.회화 억압벗어나 새로운 공간찾는 설치.행위미술전 잇달아 -미술작품들이 벽면 바깥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던, 보이지 않는 새로운 공간을 찾아서…. 최근 국제갤러리, 대안공간 풀, 예화랑, 에서 잇달아 펼쳐지고 있는 설치미술과 행위미술 전시회. ◆임충섭 작품전
『실과 흙이 갖는 질감을 통해 원초적인 인간 상태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흙은 양(+), 실은 음(-)의 성격을 갖고 있어요. 제 작업은 실을 흙처럼 양감화하는 것이죠』 7~28일 「국제 갤러리」(02_735_8449)에서 열리는 재미작가 임충섭(57)씨의 전시회.
「실과 흙으로 고쳐보기」(Mendable with Thread & Soil)란 부제가 말해주듯 그의 작품의 소재는 흙과 실이다. 삶의 근원과도 같은 소재 흙과 42만 야드에 달하는 실을 이용한 설치작업에선 도시생활 속에서도 자연과 일체를 지향하는 인간의 정신세계가 짙게 배어나오고 있다.
맨해튼에서 실어온 회색빛 암반 흙에선 뉴욕이라는 거대도시가, 서오능(그의 임시작업실이 있는 곳)에서 실어온 붉은 흙에선 어린 시절 고향에의 추억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설치작업 외에도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오브제 작업, 한지 안료 혼합재료를 사용한 콜라쥬, 드로잉 등 폭넓은 조형세계를 선보인다.
서울대 미대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갔던 임씨는 브루클린 미술관 학교, 아트 스튜던트 리그, 뉴욕대학원 등에서 수학한 후 줄곧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벌여 온 한국의 대표적 중진작가. 올 가을학기부터는 예술종합학교 미술원의 객원교수로 1년간 한국에 머무를 계획.
◆정서영과 최정화의 2인전
『숨막히게 답답했어요. 조각이나 회화의 억압에서 벗어나 바깥으로 나가보고 싶었죠』 13일까지 「대안공간·풀」(02_735_4805)의 개관기념전으로 펼쳐지고 있는 두 젊은 작가의 전시회.
여성작가 정서영씨는 나무와 비닐민속장판으로 만들어진 액자, 은색칠을 입힌 권투장갑 등으로 언어의 민감함을 표현하고 있다.
또 싸구려 공산품을 이용, 한국사회의 「토대없음」을 고발해온 최정화씨는 이번 전시회에서도 이태리타올, 플라스틱 컵, 금박입힌 줄 등을 이용, 미술의 경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서로 성격이 다른 작가들이 서로 「스며들면서」(전시회의 부제) 펼쳐내는 감각적 설치작품들이다.
◆산도위치(散圖位置)전
『고급문화 공간인 갤러리를 음악과 무용, 그리고 음식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시킨 것이죠. 미술품을 전시 판매하는 화랑이란 개념을 전복한 것은 아니에요. 갤러리이면서 동시에 음식파티가 어우러진 제3의 공간으로 변신시킨 것입니다』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예화랑」(02_542_5543)에선 「변신조합」이라 이름붙인 젊은 아티스트 그룹 김소라 정혜승 김홍석 이수경씨의 이색 퍼포먼스가 열렸다. 산도위치란 샌드위치를 한국식 발음에 한자어로 조합해 만든 단어로 「어떤 구조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흘러 넘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김홍석씨는 『이미 익어있는 화랑의 소장품들과 화랑 공간 중앙에 마련된 날 것의 재료로 만든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음으로써 익은 것과 날 것의 부딪힘이라는 새로운 창작경험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 퍼포먼스에선 관객들도 각자 취향대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며 퍼포먼스의 주관자로 변신할 수 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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