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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7일 임시정부 80돌… 어려울수록 희망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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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7일 임시정부 80돌… 어려울수록 희망 갖자

입력
1999.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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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임시정부 요원으로 활동하신 후 건국훈장 국민장을 받으신 할아버지(양우조·楊宇朝 1897~1964)와 애국장을 받으신 할머니(최선화·崔善嬅·87)가 계시다.할아버지께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기에 어릴 때부터 보아오던 너덜너덜 떨어진 유물가방이 유일한 할아버지의 흔적이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속에서 빛 바랜 일기장을 찾았다. 그 일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중국에서 중일전쟁의 전화 속에 동료 임시정부 요원들과 피난생활을 전전하며 써간 기록이었다.

할아버지는 MIT를 졸업하신 공학도셨고 할머니는 이화여전을 졸업하고 강단에 섰던 개화된 지식인이었으며 인생의 갈림길에서 주저없이 명예와 재산을 포기하고 식민조국의 주권회복을 위한 「희망」을 선택한 용감한 분들이셨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공습이 무차별 행해지는 중일전쟁 와중에서 독립을 위한 광복군의 훈련 계획을 짜고 독립운동에의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국내외 교포들을 대상으로 광파방송을 내보내며, 부인회를 만들어 전쟁에서 잡힌 종군위안부들을 보살피고 계몽하고 다른 나라에 끊임없이 한민족의 독립에의 처절한 희망을 알리면서 그들은 아이를 낳고 키웠다.

아이들에게는 한글과 민족정신을 심어주면서 매해 개천절과 3·1절을 그리고 나라를 잃었던 국치기념일을 함께 모여 기리고 한스러워 했다. 모진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에게는 결코 꺾이지 않았던 나라를 되찾겠다는 의지와 삶에 대한 희망, 그리고 서로를 걱정해 주던 정이 있었다.

이들의 삶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결코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시간과 장소만 바꾸면 지금 아이를 키우는 나의 이야기고,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샐러리맨들의 모습이고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결코 좌절하지 않으며 나라를 구하기 위해 강한 삶의 의지를 가지고 희망을 잊지 않으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모습, 그것이 임시정부 창립 80주년을 맞은 내가 돌아가신 독립유공자 할아버지에게 받은 진정한 유물이다.

/김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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