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팬암기 폭파사건 용의자 2명이 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함으로써 「로커비 사건」은 11년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미국 팬암 103기가 폭파돼 승객과 승무원 259명, 지상 주민 11명 등 270명이 사망한 이 사건은 리비아와 서방세계간 「갈등의 대명사」로 통할 만큼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사건 발생 후 미국, 영국 등 서방세계는 범인으로 지목된 리비아 정보기관 요원 압델 바세트 알리 알 메그라히(47)와 알 아민 칼리파 피마(43) 등 2명의 인도를 요구했으나 리비아가 이를 거절, 유엔은 92년 항공기 취항금지, 무기금수 등 제재조치를 취했다.
이번 재판은 국제 테러에 대한 법적 응징이라는 역사적 의미 못지 않게 재판 진행방식에서도 많은 화제를 뿌렸다. 제3의 장소인 네덜란드에서 스코틀랜드식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영국과 네덜란드는 이 재판을 위해 특별 협정까지 체결했다. 재판이 진행될 네덜란드 군사기지인 제이스트 캠프는 일시적 스코틀랜드 영토의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재판 결과는 의외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로커비 사건에는 시리아나 이란이 관련돼 있다는 설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은 사건 5개월전 발생한 미군에 의한 이란 항공기 격추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팬암기를 폭파했다는 의혹을 사왔다.
용의자 인도를 계기로 유엔 제재에서 풀려난 리비아는 이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정상적인 외교활동 및 무역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을 제국주의자로 몰아붙이며 반미 활동의 선봉을 자처한 리비아와 서방세계 사이에 해빙 무드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황유석기자 hwang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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