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책의 장정과 장정가들/지은이 박대헌사람을 처음 만날 때 인상을 살피는 것처럼 책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장정(裝幀), 곧 책의 꾸밈새다. 표지가 단연 으뜸이고, 책을 묶어내는 기술도 유심히 보게 마련이다.
지금은 「북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따로 있지만 50년대까지도 책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화가나 만화·삽화가의 몫이었다. 심미안을 가진 작가들도 참여했다. 노수현, 안석주, 김환기, 이상범, 김기창, 남관, 이대원 등의 화가와 김규택, 김용환, 이중홍, 최영수 등의 만화·삽화가, 그리고 이상, 박계주, 김경린, 장만영 등의 문인들. 그 중에서도 김환기, 김용준, 이주홍 등은 특히 양과 질에서 주목할 장정을 남겨 출판미술에 끼진 공헌이 적지 않다.
1880년대 개화기부터 50년대 한국전쟁 시기까지 우리 장정의 역사를 소개한 책이다. 1883년 납활자를 이용한 신식 활판 인쇄술이 도입된 이래 6·25전쟁이 끝난 53년까지, 근대 출판 70년 동안에 장정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또 어떤 이들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를 풍부한 사진자료와 함게 이해할 수 있다. 지은이는 서울에서 20년 가까이 호산방이라는 고서점을 운영하다 최근 강원 영월에 책 박물관을 낸 사람. 이 책에 나오는 고서적들 모두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184쪽, 열화당, 2만원.
*[화제의 책] 최인진 지음 `한국사진사'
사진은 역사를 증명하는 아주 가치있는 수단 중의 하나다. 비디오 촬영이 흔해 기록적인 가치가 퇴색된 면도 없지 않으나 그래도 사진의 힘이 유효하다는 데 의심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 근대사를 살피면서 몇 장의 사진을 만나, 그 가치를 느껴 본 사람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개화기인 1880년대로 잡고 있는 한국사진사의 기점을 그보다 250년쯤 거슬러 올라갔다. 지은이는 사진의 원리가 설명된 책 「원경설」이 중국에서 들어온 1630년대를 한국사진사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 정약용, 최한기 등 실학자들이 사진의 원리를 연구해 기록으로 남겨 놓은 점도 역사 확대의 충분한 증거가 된다.
한국사진사에 얽힌 재미난 일화를 만나는 것도 이 책의 재미 중 하나. 삼각대 위에 놓인 일본인 카메라를 우리 산천의 정기를 끊는 기구로 오해한 일, 최초의 대중 브로마이드 사진인 고종의 사진이나 안중근 사진을 구하는 애국의 물결, 역설적이게도 당시 한국에 진출한 일본 사진관이 이 열기에 한 몫했다는 사실 등을 읽을 수 있다. 지은이는 동아일보 사진부장을 지냈고 78년부터 「한국사진사연구소」를 만들어 한국사진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504쪽, 눈빛, 3만원.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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