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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억장이 무너지는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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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억장이 무너지는 사고'

입력
1999.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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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위해 경찰서나 종합병원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말 그대로 엉뚱한 불행을 맞아 억장이 무너져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서울 한강성심병원 10호실. 전신화상을 입고 20일째 입원중인 김모(12·경기 포천 N초등 6년)군의 어머니 정혜숙(鄭惠淑·39)씨도 그런 사람중의 하나다. 정씨에게 불행이 찾아 온 것은 지난달 12일. 여느 날처럼 학교에 갔던 아이가 자연시간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화산폭발 실험도중 담임인 조모(26·여)교사의 실수로 시약이 폭발한 것.

김군은 퇴원을 하더라도 2차감염 등 후유증을 막기위해 최소 1,2년간 매주 통원치료를 받아야 하고 성형수술도 10여차례나 받아야 한다. 웃는 얼굴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며 집을 나선 아이가 불과 몇시간만에 전신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모습으로 변한 것은 정씨가 아무리 받아들이려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악몽이다.

초등교육에 일생을 바치겠다는 꿈을 안고 교직에 입문한 지 3년. 조교사에게도 이 사고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조교사는 『조금 더 조심할 걸…. 아이와 부모님에게 안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말만 되뇌인다. 정신이 없어보일 정도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사고의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실험실은 커녕 교실에 소화기조차 갖추지 않은 부실한 교육여건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이런 사고는 앞으로도 숱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매일매일 끊이지 않는, 억장이 무너지는 사고들의 대부분이 이런 엉뚱한 인과관계 때문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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