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음란물이 심각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어요. 처음 접했을 때는 얼굴이 달아오르고 역겹기까지 하더라구요』주부 양희경(梁喜炅·37)씨는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컴퓨터를 켜고 음란물을 본다. 「주부가 민망하게 웬 음란물이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낼지 모르지만 양씨에게는 그게 일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음란물을 감시하는 역할이다.
양씨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학부모정보감시단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난해 9월. 「컴맹」에서 탈출해보겠다고 윤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컴퓨터 교육에 참가한 것이 계기였다.
『적나라한 음란물에 제 아이들도 노출돼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승낙했죠』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큰아들 신형(7)이와 준형(3)이 형제가 잠든 밤시간대가 주 활동시간. 일이 많을 때는 하루 2~3시간씩도 마다 않고 음란물과 씨름을 해야한다.
음란물을 올리는 사람들과 음란CD등을 사고파는 이들, 대화방에서 음란한 대화를 나누는 이용자들이 모두 고발 대상. 주로 밤시간대에 「게릴라」식으로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들이라 적발하는게 그리 간단한 일만은 아니다.
이제 6개월 남짓됐지만 여전히 힘든 것은 정서 차이. 『저희 세대만 해도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고 더구나 여성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잖아요. 요즘이야 구성애씨의 아우성을 비롯해 성문제가 많이 공론화했지만…』 건축업을 하는 남편 조차도 처음엔 은근히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게 못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양씨가 이 일에 뛰어든 취지를 이해하게된 지금은 남편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이 든든한 응원군이 되고 있다.
『음란물 퇴치도 필요하지만 컴퓨터통신이나 인터넷 상에 올라있는 유익한 정보를 발굴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양씨는 요즘엔 학부모들의 자녀교육에 필요한 정보를 모니터하는데도 열심이다.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는게 음란물탐색 등 잘못된 사용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믿음때문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사진=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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