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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국제결혼 수속에 지쳐버린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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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국제결혼 수속에 지쳐버린 친구

입력
1999.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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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만난 친구는 어두운 표정이었다. 곧 결혼할 신부인데도 말이다. 4년 전 친구는 한국에 유학왔다. 한국어시험에서 함께 떨어진 우리는 친구가 됐다. 석사과정에 입학한 뒤에도 서투른 워드프로세서 실력과 한국어 실력, 그리고 잇따른 논문제출자격시험의 실패로 졸업 여부는 미지수였다. 친구의 한국선배는 바로 그 때 친구 앞에 조용히 나타났다. 사랑을 느끼기에 충분한 훌륭한 남자였다. 아름다운 소설에 나오는 근사한 사랑처럼 친구는 행복해 하였다. 적어도 결혼수속을 밟기 전까지는….친구는 혼인신고를 위해 주한중국영사관을 찾았다. 『한국인과 결혼하려면 귀국해 수속을 밟아야 한다』는 영사의 말에 친구는 학업중인 유학생이라고 사정을 이야기했으나 『어쨌든 귀국하여 수속을 마쳐야만 한다』는 답만 돌아왔다. 한국정부의 요구사항이라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친구는 결혼수속 때문에 귀국했다. 주중한국영사관의 결혼심사절차를 받으면서 친구의 좌절은 이어졌다. 신청서에 결혼 당사자의 신상 및 결혼소개인(한중결혼전문업자)의 신상, 그 소개로 국제통화를 한 전화내역서, 결혼과정을 상세히 기록해야 했다.

친구는 소개인이 없는 자유연애라고 오랫동안 설득해야 했다. 하지만 친구의 마음을 가장 상하게 한 것은 영사관에서 요구하는 남자의 자필결혼의사확인서였다. 결혼할 선배에게 「이 결혼은 본인의 자유의사이며 진실」이라는 친필확인서를 써달라고 전화하면서 친구는 심한 굴욕감에 사랑이고 결혼이고 심지어 유학까지도 없던 걸로 하고 싶었다고 했다.

배움의 터에서 사랑을 맺고 결혼하고자 하는 중국유학생들도 한국인의 눈에는 가짜 결혼을 하려는 혐의자로 보였던 것일까. 결혼수속 때문에 친구는 세번이나 귀국해야 했다. 2차 수속 때는 수업도 못들어가고 귀국해야 했다. 서류의 유효기간이 3개월이어서 방학까지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속에 들어간 경비 또한 가난한 학생이 부담하기에는 너무나 컸다. 결혼식에 중국의 부모님을 초청하는 것도 이미 포기했다고 한다. 그 곤욕이 싫어서이다. 『1년에 6만원씩 내고 비자 갱신하겠어. 내가 갖고 싶은 것은 선배님의 사랑이야. 한국국적 같은 건 애초부터 필요없었어. 아니 절대로 안 가지겠어』 친구는 담담하게 말했다.

추웨이 쿠웨이화(崔桂花)·서울대 국사학과 박사과정·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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