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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사태] 애태우는 코소보의 이산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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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사태] 애태우는 코소보의 이산가족들

입력
1999.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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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살아계시데요』1일 프랑스 파리에서 고향의 사촌과 간신히 통화에 성공한 코소보난민 티나는 전화를 내려 놓으며 울먹였다. 함께 탈출하지 못한 아버지 걱정으로 고향친지들에게 하루에도 몇번씩 통화를 시도했으나 응답없는 신호음만 가던 것이 이날 처음으로 통화가 이뤄진 것이다.

생지옥에서 탈출한 티나의 가족들은 이산가족이 됐다. 티나는 프랑스, 어머니는 영국, 오빠는 독일로 뿔뿔이 흩어졌다. 사촌은 티나에게 소설가였던 친구 3명이 처형됐다고 알려줬다. 2분간의 짧은 통화.『전화를 길게 할 수 없었어요. 통화내용이 사촌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90년 파리에 유학온 코소보인 아르데는 유고사태가 터진 직후 국제전화로 들은 형의 마지막 말이 귓전을 맴돌고 있다.『옆집 가족들 엊그제 추방됐어.혹시 앞으로 전화를 안받으면 우리 가족도 추방된 걸로 알고 너무 걱정하지 마라…』이후 프리슈티나의 형집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외국으로 탈출한 것일까, 코소보해방군의 장악지역으로 피신한 것일까, 혹시 불상사는 없는 것인지...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코소보출신 루리는 코소보 북부지방에 사는 외사촌에게서 얼마전 전화번호를 받아놓았지만 좀처럼 통화하기가 어렵다.마을의 전화회선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코소보안팎으로 가족들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안위를 묻는 국제전화가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단한번 통화에 성공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 받았어요.그 사람은 마을이 불타고 사람들이 학살당하거나 추방되고 있다며 떨고 있었어요』

9년전 코소보에서 프랑스로 망명한 아그론은 지난 31일 프리슈티나에 있는 처남과 통화해 처가식구들의 소식을 전해들었다.마케도니아로 떠밀려가는 난민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결국 장인등 처가식구들도 며칠전 탈출길에 올랐다. 『처남에게 빨리 떠나라고 종용했지만 남아있겠다고 하더군요. 왜냐고요? 그게 바로 밀로세비치가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유고사태, 세기말의 지구촌에 또하나의 인류의 슬픔을 빚어내고 있다.

/파리=송태권특파원 songtg@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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