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조계종 10대 종정에 추대된 혜암(慧庵) 스님은 40년 넘도록 장좌불와(長坐不臥)의 수행을 지킨 대표적 선승(禪僧)이다. 강직한 성품으로 조계종이 최대의 분란에 휩싸였던 94년 개혁 세력을 진두지휘해 「개혁 종단」을 이끌어냈다. 올해로 법랍(法臘·계를 받은 이후 연수) 53년.45년 출가해 해인사에서 득도했고 효봉 스님을 계사(戒師·계를 일러준 사람)로 사미계를 받았다. 이후에도 해인사를 떠나지 않고 해인총림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성철 스님 이후 바로 해인총림 방장(93년)까지 지내 「가야산」 선풍(禪風)의 맥을 이었다. 특히 종단에 궂은 일이 생길 때마다 앞장 서서 사태를 해결한 공로를 높이 인정받고 있다. 94년 종단 개혁 당시 서의현(徐義玄)총무원장을 퇴진시키도록 원로회의를 움직였고 지난 해 조계종 분규때도 「어느 누구든 종헌 종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정화개혁회의에 맞서 사태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새 종정이 추대됐어도 조계종이 바로 안정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 해 조계종 개혁의 기치를 들었던 정화개혁회의는 멸빈(승적 박탈) 등으로 세력이 약해졌지만 아직 현 체제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날 종정 선출과정에서 개혁회의에 참여했던 일부 원로들이 총무원 출입을 저지당하는 등의 사태도 있어 종단 분란의 새 불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혜암 스님은 그동안 개혁회의에 강성으로 맞선 인물이다. 다음 주에 발표될 조계종 중·장기 계획에서 새 종정, 새 총무원장이 개혁회의 세력을 얼마나 포용하느냐가 조계종 사태를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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