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아내가 남편과 결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2일 서울가정법원 소회의실에 「가정폭력에 대한 이해와 치료」라는 제목으로 한림대 윤현숙(尹賢淑·41·여)교수의 강의가 열렸다. 윤교수는 이날 매맞는 아내가 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51가지 이유에 대해 외국 사례와 우리의 실정 등을 비교하며 설명했다.
매맞는 아내들이 이혼을 망설이는 가장 주된 이유는 「자녀문제」. 아이에겐 아버지가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과 아이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폭력남편과 헤어지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어 이혼한 여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위 시각도 아내들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교수는 『우리나라 여성들은 자신이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해 폭력을 당한 사실조차 숨기려 하며 이혼녀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각에 부담을 느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교수는 또 『아내들은 「꿈꾸기」를 그만두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애정이나 친절을 떠올리며 「원래 남편은 좋은 사람이다」「지금은 폭력을 휘둘러도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미련이 있어 헤어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밖에 결혼서약 집이나 차를 잃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 성생활 익숙해짐 남편이 자살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 종교적 이유 등도 지적됐다.
윤교수는 『가정폭력은 사회 기본 구성단위인 가정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집단 치료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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