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전이 벌어진 지난달 31일 수원공설운동장. 후반 19분 이기형의 어시스트를 받아 결승 헤딩골을 잡아낸 유고용병 샤샤가 카메라쪽으로 가더니 주춤주춤 유니폼을 치켜올렸다.다음 순간 그의 메시지가 담긴 언더셔츠가 눈에 들어왔다. 「Nato Stop Assail(공격을 중단하라)」. 전화에 휩싸인 조국 유고를 걱정하는 문구였다.
지난달 27일 일본 J리그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고야 그램퍼스에서 활약하는 유고출신의 스토이치코프가 빗셀 고베와의 경기가 끝난 후 유니폼을 벗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의 언더셔츠는 「Nato Stop Strike(공습을 중단하라)」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자 곧바로 J리그는 「그라운드내에서의 정치적 어필을 금지하라」는 내용을 각 구단측에 전달했다.
한국에도 유고출신의 용병 골잡이들이 있다. 샤샤와 대우의 마니치가 대표적인 예. 샤샤는 지난달 20일 LG와의 수퍼컵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로 뽑히는 등 올시즌 득점왕을 노리는 특급선수다.
개막전 결승골을 넣고도 유고에 있는 가족생각에 마음껏 웃지 못했을 샤샤의 심정은 물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신성한 그라운드에서 정치적 잘잘못을 논한다는 것은 결코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축구를 보러 운동장을 찾은 수많은 관중의 정치적 신념이 서로 다를 수 있기때문이다.
같은날 부산에서는 「돌아온 골잡이」 마니치가 그라운드를 누볐다. 분명 그에게도 가족이 있다. 공습동안 그는 밤마다 가족들의 안부를 묻기위해 전화통에 붙어 살았지만 불통이었다.
그러나 그는 『나는 정치인이 아닌 스포츠맨이며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것이 임무다. 열심히 뛰어서 MVP가 되는 것이 조국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의 언더셔츠에는 아무런 문구도 적혀있지 않았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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