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생명을 나눠가져 한가족이 된 느낌입니다』만성신부전증에 걸린 환자들의 가족들이 잇따라 보은(報恩)의 장기기증을 해 6가족 12명이 수술을 받는 국내 최다 「사랑의 장기기증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장기를 주고 싶어도 혈액형과 조직이 맞지 않아 애태우던 환자 가족 친지들이 수술이 적합한 다른 가족의 환자에게 릴레이로 신장을 기증, 6명이 귀중한 새 생명을 얻게 됐다.
장기 릴레이가 처음 시작된 것은 올 2월 장봉환(蔣鳳煥·46·경북 경주시 충효동)목사가 『신부전증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한쪽 신장을 나눠주고 싶다』며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기증 등록을 하면서부터. 장목사의 신장을 받기로 한 환자는 전남대병원에서 1년째 복막투석으로 생명을 이어오던 강옥심(姜玉心·53·여·전남 여수시 중흥동)씨로, 조직검사가 성공적으로 끝나 1일 전남대병원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이웃의 사랑에 그냥 있을 순 없었습니다』 장목사의 조건없는 신장기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강씨의 남편 차명기(車明基·55·양식업)씨도 한쪽 신장을 내놓아 장기기증운동본부의 주선으로 조건이 맞는 전석순(全錫順·40·여·경북 구미시 광평동)씨를 찾아냈고 2일 대구동산의료원에서 수술할 예정이다. 영·호남을 오가는 사랑에 대한 보답에는 지역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생명의 인연」은 계속 이어져 전씨의 손아랫 동서인 이순기(35·여·경북 구미시 원평3동)씨가 부산에 사는 신부전증 환자 김재영(金在榮·42)씨에게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고, 김씨의 부인은 임종화(任鍾和·38·경기 부천시 원미2동)씨에게 각각 장기를 기증하는 결실을 맺었다.
아르헨티나에 이민을 가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열심히 살아오다 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귀국해야 했던 김씨는 마침 부산 백병원에서 수술일정이 잡힌 1일이 생일이어서 태어난 후 가장 큰 생일선물을 받고 다시 태어나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장기를 받게 된 임씨의 부인 김명희(金明姬.30)씨의 신장은 이달 26일 7년여에 걸친 투병생활을 해오던 장동창(張東昌·31·서울 노원구 상계8동)씨에게 이미 옮겨졌다. 한양대병원에 입원중인 김씨는 『고통받는 남편에게 저의 장기라도 떼주고 싶었지만 혈액형이 맞지 않아 애태우던 터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됐고 그 보답으로 또다른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생명 릴레이의 마지막은 장씨의 부인 김용은(金容銀·33)씨. 김씨도 대학을 갓 졸업한 김대진(金大鎭·28·충남 천안시 안서동)씨에게 신장을 기증, 31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이식수술을 마쳤다. 수술전 김씨는 『8살 때부터 신장이 안좋아 고생해왔다』며 『중단한 회계사 자격 공부도 다시 시작해 앞으로 신장을 주신 분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한 사람이 뿌린 이웃 사랑의 씨앗이 6명의 신장병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새 생명의 기쁨을 안겨주게 됐다』며 『김씨 가족들이 장기를 기증하면 사랑의 릴레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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