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부가 예사롭지 않다. 3·30 재·보선 이후 동선(動線)이 주목됐던 비주류는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반해, 주류 내부에서 당 정체성에 대한 따가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친위세력」인 수도권 초선의원들이 이총재의 재·보선 패배책임론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당지도부의 충격강도가 남달랐다.김문수(金文洙)의원은 의총 발언을 통해 『시흥보선에서 고 제정구(諸廷坵)의원의 개혁 이미지와 조직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정책대안 없이 「토박이론」 대 「지역연합」간 대립구도로 일관하는 우를 범했다』며 『이는 총재 이하 중앙당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김의원은 또 『이총재를 비롯한 당지도부가 죽을 각오를 하고 당 체질과 이미지를 변화시키지 않을 경우 영남당으로 전락하고 수도권에서 발붙이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당지도부의 공천 잘못까지 거론했다. 안상수(安商守)의원도 『DJP 연합공천이 이번 선거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며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도 패배가 불가피하다』고 톤을 높였다.
두 의원의 발언은 수도권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위기의식의 발로이자, 당 쇄신 요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혁성향의 수도권 의원들은 『이총재가 재·보선 공천과정에서 개혁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이총재의 정치적 정체성에 대해 적지않은 회의를 표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의 요구는, 아직 표면화하지는 않고 있지만 16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필연적으로 불거져 나올 당 물갈이론과 궁극적으로 맥이 닿아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이총재 휘하의 싱크탱크 그룹은 이미 신진세력 수혈 등 당 개혁방안 마련을 위한 얼개짜기 작업에 들어가 있다. 이총재가 두 의원의 발언에 『우리당이 이대로 갈 수는 없다. 당의 모습을 바꿔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부활해야 한다』고 답한 것은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 의원들의 개혁 목소리가 조직화하고, 당 중진들이 이에맞설 경우 당내 쟁투가 조기에 가시화할 가능성도 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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